[사설]전력난 막으려면 왜곡된 요금체계부터 바꾸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3일 03시 00분


정부가 전력 사용량이 급증할 때 절전 기업체에 주는 ‘전력부하관리 지원금’을 이르면 내년부터 폐지한다. 대신 피크타임에 일정량 이상의 전기를 사용하는 기업에 할증요금을 부과하거나 절전을 강제하는 방식으로 바꾼다. 전력부하관리 지원금은 전력 피크타임대에 평균 사용량의 20% 이상 또는 하루 3000kW 이상을 줄이는 기업체에 주는 정부보조금이다. 작년 한 해의 지급액이 4000억 원이 넘었다. 예산 낭비인 데다 대부분 대기업이 받아가는 바람에 논란이 컸다.

여름철 전력난은 연례행사다. 어제도 주요 도시의 낮 기온이 27도 이상 올라가 냉방 수요가 급증했고 예비전력이 587만 kW까지 떨어졌다. 오늘과 내일은 기온이 더 올라가면서 예비전력이 420만 kW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5월이 이 정도라면 7, 8월의 전력 사정은 더 위험할 것이다. 작년 겨울에는 난방용 전기수요로 겨울에도 전력난을 겪었다.

당장의 위기를 넘기려면 절전 보조금이라는 당근이든, 사용 규제라는 채찍이든 어느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해마다 이런 식의 단기 처방만으로 여름과 겨울을 넘기는 것은 옹색하다. 장기적인 에너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전기가 모자란다고 해서 발전소를 마냥 더 지을 수는 없다. 여름과 겨울의 피크에 맞춰 발전소를 짓게 되면 평균 발전단가가 너무 올라간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15위권 국가이지만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은 7위일 만큼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다. 1인당 전기 사용 증가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전기는 석유와 가스보다 생산비가 2.5배 비싼 고급 에너지이지만 가격이 싸 땔감처럼 쓰이는 현실이다. 현재 전기요금은 원가의 94% 수준이다. 주택용 전기가 산업용보다 비싸긴 하지만 원가 대비 가격은 더 싸다. 주택용이든 산업용이든 싼 전기요금이 과소비를 부채질하고 있다.

전기 과소비를 부추기는 왜곡된 요금체계를 바로잡는 게 급선무다. 잘못된 걸 알면서도 요금체계를 바로잡지 못하는 건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꽁꽁 묶어두고 있기 때문이다. 억지로 틀어막은 물가는 경제에 주름을 남긴 뒤 훗날 더 세게 튀어 오른다. 경제 운용의 정상화와 선진화를 위해 저항이 있더라도 가격은 적정하게 매겨야 한다.

발전을 해도 송전을 못하면 전력공급이 늘지 않는다. 밀양 군산 등 곳곳에서 불거진 송전탑 갈등을 빨리 마무리해야 한다.
#전력부하관리 지원금#절전 기업체#전기 과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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