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석순]잘못된 환경지식으로 선동하지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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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환경부가 최근 2010∼2012년 3년간, 4대강 보 상·하류 각 1km에서 조사한 생물상 변화를 발표했다. 바닥에 사는 조개나 물벌레 종(저서무척추동물)은 감소했다. 물고기의 경우 흐르는 물에 사는 종은 감소하고 고인 물에 사는 종은 늘었다. 또 강변 식물 종도 늘었다.

강바닥을 준설하고 수변공원을 조성해 새 식물을 심었으니 예상했던 그대로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이게 마치 큰일이 난 것처럼 침소봉대하고 있다. 멸종위기종인 귀이빨대칭이, 꾸구리, 흰수마자가 각각 낙동강 합천창녕보, 한강 여주보, 금강 공주보 부근에서 사라졌다는 것이다.

귀이빨대칭이는 손바닥 크기의 조개로, 창녕 우포늪에 서식하며 주로 유기물이 많이 퇴적된 저수지나 습지에서 발견된다. 원래 저수지나 습지에 살던 것이 본류에 유기물 퇴적이 늘어나자 옮겨 온 것이다. 꾸구리와 흰수마자는 모래와 자갈이 많고 유속이 빠른 얕은 물에 사는 손가락 크기의 물고기로 4대강 지천에서 주로 발견된다. 이들 역시 지천에 살다 본류에 모래와 자갈이 퇴적되고 수량이 줄자 내려온 것이다.

원래 한반도의 강은 여름에 엄청난 비가 내려 강바닥을 청소했다. 특히 4대강 본류는 모든 지천의 물이 모여 깊은 수심을 유지했다. 1970, 80년대 상류에 다목적댐이, 강 말단에 하구언이 건설되면서 청소기능이 약화되고 중류에는 모래와 자갈이, 하류에는 진흙과 유기물이 퇴적됐다. 그래서 저수지에 살았던 귀이빨대칭이도, 지천에 살았던 꾸구리와 흰수마자도 본류로 왔다. 그러다 4대강 사업으로 본류에 수량이 늘자 사라진 것이다. 따라서 침소봉대할 일이 아니라 원래 서식처인 저수지나 지천에서 개체수가 줄어드는 이유를 찾고 복원 대책을 세워야 한다.

강 생태계는 실개천부터 본류까지 모두 연결되어 있다. 다양한 생물들이 얕은 물, 깊은 물, 흐르는 물, 고인 물, 맑은 물, 더러운 물, 또 모래 자갈 진흙 등 바닥 상태에 따라 생존에 최적지를 찾아 살아가고 있다. 강 생태계를 평가할 때는 지천에서 본류까지 수계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 이것이 강의 연속체 개념이다. 이는 전문가들의 기본 상식이다. 일정 구간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4대강 본류에 주요 지천을 합한 길이는 한강 7111km, 낙동강 7305km, 금강 3761km, 영산강 1270km다. 이번 조사구간은 한강 6km, 낙동강 16km, 금강 6km, 영산강 4km에 불과하다. 이번에 생물상 변화를 조사한 국립환경과학원도 “이 자료만으로 수생태계 전반에 대한 영향을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2001년 개항한 인천공항을 건설할 때 반대 측은 비행기와 새가 충돌하기 때문에 이착륙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새와 충돌하는 비행기는 없었다. 경부고속철도의 경우 천성산에 터널을 뚫으면 도롱뇽이 사라진다는 주장 때문에 총 484일간 공사가 중단됐다. 결국 2009년 개통했지만 도롱뇽은 왕성한 번식력을 보이며 잘 살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잘못된 생태계 지식으로 국민을 선동하고 결국 엄청난 국가적 손해로 이어지는 사례를 여러 차례 봤다. 이렇게 치른 국가적 비용이 헛되지 않으려면 앞으로는 보다 과학적인 자세로 생태계를 봐야 한다. 4대강 생태계는 수계 전반에 대한 장기간 조사로 평가하는 것이 바른 방법이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환경지식#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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