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이상록]양손에 쥔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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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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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록 사회부 차장
이상록 사회부 차장
“더 높게 날아오를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거죠. 착지가 중요하니까요.”

지난해 런던 올림픽 체조 뜀틀에서 한국 역사상 첫 금메달을 딴 양학선 선수(21·한국체대). 필자의 한 지인이 얼마 전 행사장에서 만난 양 선수에게 ‘더 높이 뛸 수도 있느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더 높이 뛸 수도 있고 지금보다 더 어려운 기술도 선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식 대회에선 아직 시도하지 않았죠. 완벽하지 않은데 무리하면 공중에서 내려올 때 착지가 흐트러져 낭패를 볼 수 있거든요.” 이 말을 들은 지인은 “양 선수가 나이답지 않게 성숙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더 잘하려 하고 더 많이 가지려는 게 인간의 본성인데, 어린 나이에도 무리하면 역효과가 온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또 다른 사례. 몇 년 전 필자는 동시에 할 수 없는 두 가지 일을 두고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에 빠진 적이 있다. 당시 주변의 친한 몇몇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그때 한 사람의 조언이 마음에 와 닿았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중간에서 양손으로 사다리를 잡고 있으면 어떻게 되겠어? 한 손을 놓아야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거야.”

앞서 언급한 두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욕심을 버리라’는 것이다. 실제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99억 원을 가진 부자가 100억 원을 채우려고 1억 원 가진 사람의 돈을 빼앗으려 한다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오르고 싶어 하는 명예욕도 돈이나 물건에 대한 욕심 못지않게 강하다. 사람들은 보통 성공한 남자의 조건으로 돈, 사랑, 명예를 꼽는다. 이 가운데 성공한 남자가 끝까지 놓지 않으려고 하는 게 명예라고 한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사회적인 영향력을 가진 자리의 매력은 그만큼 쉽게 뿌리치기 어려운 모양이다.

한만수 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와 김병관 전 국방장관 후보자, 김학의 전 법무차관 등 박근혜 정부 장차관급 인사들이 불미스러운 의혹의 중심에 서 있다가 잇따라 사퇴한 것도 욕심이 불씨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명예가 눈앞에서 손짓하더라도 욕심을 내기 전에 먼저 자신을 돌아봤어야 했다. 명예로운 자리에 오를 만큼 철저하게 자신을 관리하며 살았는가? 그렇지 않은데도 기회를 덥석 잡으면 그건 불행의 씨앗이 된다.

양학선 선수의 말에 빗대보자. 명예를 좇아 준비도 없이 높이만 올라가려다 한순간에 땅으로 떨어진 셈이다. 높이 올라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얼마나 안전하고 ‘멋있게’ 내려오느냐 하는 것인데도 말이다. 지나친 욕심은 평생 높은 곳을 바라보며 그 문턱까지 다가간 이들의 찬란했던 인생을 한순간에 망가뜨려 버릴 수 있다. 그래서 명예와 욕심은 공존할 수 없다. 명예와 돈도 대부분 그렇다. 양손에 떡을 쥐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울지 마라. 떡 하나를 먼저 내려놓아야 한다.

이상록 사회부 차장 myzodan@donga.com
#정부 인사#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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