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동필]농업-농촌 컬래버레이션의 창조경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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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십이지지(十二地支) 중에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동물이 있다. 상상력이 만들어낸 ‘용’이다. 중국 송나라 고서에 따르면 용은 ‘사슴의 뿔, 낙타의 머리, 토끼의 눈, 뱀의 목덜미, 이무기의 배, 물고기의 비늘, 매의 발톱, 호랑이의 손바닥, 소의 귀’가 조합된 창조적 합작품이다.

창조적 융합은 현대 산업사회의 최대 화두다. 특히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이 주목받고 있다. 컬래버레이션은 주로 패션계에서 디자이너 간의 공동작업을 일컫는 말로 쓰였지만 최근에는 이종 기업 간의 협업을 뜻하는 말로 통용된다. 업종의 경계를 뛰어넘는 협력을 통해 서로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브랜드 간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시장과 가치를 창출해 내는 것이다. 얼마 전 카드회사 디자인팀이 만든 고무장갑 등의 컬래버레이션 상품은 고무장갑은 빨간색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면서 젊은층에게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그렇다면 농업분야는 컬래버레이션 시대에 어떻게 진화하고 있을까. 농업분야에서도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농업 분야의 컬래버레이션은 ‘6차 산업화’로 대표될 수 있다. 농업인이 생산(1차)하는 농특산물과 농촌의 특성이 담긴 무형의 자원을 활용한 가공(2차) 또는 관광(3차)과 접목하여 새로운 시장과 가치를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양평에서는 비단의 원료인 뽕나무를 활용한 컬래버레이션이 일어나고 있다. 뽕나무는 열매인 오디부터 잎, 가지, 뿌리까지 어느 하나 버릴 게 없다. 100g에 800원 정도 하는 생오디 생산이 ‘식품가공’이라는 이종 산업과 결합하면 오디발효액의 경우 3000원, 오디잼의 경우 4000원, 오디와인의 경우 5000원으로 4∼6배 이상으로 가치가 상승한다. 실제 뽕나무 산업화를 추진하는 양평유기농오디사업단은 다양한 제품군 개발 및 판매를 통해 작년에 42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0년보다 무려 10배 이상 급성장한 결과다. 사업에 참여한 87가구 농가의 전체 소득은 2010년 5억 원에서 2012년 8억 원으로 늘어났다.

정부는 6차 산업화를 통해 농식품 산업에 창조경제를 접목해 나갈 계획이다. 농촌의 유무형 자원을 바탕으로 다양한 농외소득원과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1차 생산과 단순 가공에서 벗어나 고차 가공, 힐링, 음식, 관광 등과 연계한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 특화된 농공단지도 컬래버레이션의 장으로서 집중 육성할 것이다. 정부는 현재 17개인 특화 농공단지를 2017년까지 50개로 늘릴 계획이다. 융복합 관련 사업 예산을 확대해 현장 중심의 6차 산업화를 지속적으로 유도하고 ‘농촌산업지원특별법’(가칭)을 12월까지 제정해 법적 제도적 기반도 마련할 계획이다.

농촌의 융복합 산업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농업과 농촌이 자신만의 울타리에 갇혀서는 안 된다. 참여자 간의 상호 호혜와 신뢰, 지식과 기술의 융합, 상생의 원리를 바탕으로 외부와 협력의 고리를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 냉철한 비즈니스 마인드 그리고 ‘밀어냄’이 아닌 ‘어울림’의 자세다. 이런 기반이 조성된다면 우리 농업은 상생의 융합을 통해 국민들에게 사랑받고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6차 산업으로 거듭날 것이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컬래버레이션#창조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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