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토머스 프리드먼]이라크 민주주의의 미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미국의 이라크 침공 10주년을 맞으면서 3가지는 분명해졌다. 첫째 미국은 이라크에서 막대한 인적 물적 대가를 치렀다. 둘째 과도한 지출은 숭고한 일뿐 아니라 쓰레기 같은 일에도 쓰인다. 우리의 과도한 지출이 어디에 속하는 것인지는 훗날 이라크인이 평가할 것이다. 셋째 미국이 이라크전에 대한 기억을 떨치고 싶어 하는 만큼이나 어느 때보다 이라크의 상황이 중동에서 중요해졌다.

잔인한 독재의 역사를 고려할 때 이라크는 미국이 개입하지 말아야 했을 나라였는지도 모른다. 다른 국가에 흩어져 살던 다양한 종족을 모아 지난 50년간 철권 독재로 뭉치게 했던 나라가 이라크다. 이라크인이 독재자가 사라진 뒤 시아파 수니파 쿠르드족 등 여러 그룹의 협력으로 평화로운 정권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중동 전체에 민주주의가 가능할지도 모른다.

아직 가능성은 남아 있다. 미국은 이라크의 독재자를 축출했다. 튀니지 이집트 예멘 리비아는 스스로 자유를 쟁취했다. 시리아도 곧 같은 길을 뒤따를 것이다. 모두가 안정적이고 대표성이 있는 정권을 세울 수 있느냐는 공통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힌 다양한 종족이 민주적으로 권력을 나눠 갖는 것이 가능하다면 중동 민주주의의 미래는 밝다. 그 반대라면 홉스적인 악몽이 될 것이다. 철권 독재자가 제거되더라도 그 자리는 라이벌 파벌, 범죄조직이 채울 것이다. 민주정부 수립도 요원해질 것이다.

터키 아랍연합 유럽연합(EU) 등 어떤 외부자도 독재자가 떠난 자리를 대신하길 원하지 않는다. 철권통치를 이어갈 독재자도 없다. 이 때문에 아랍 지역은 조속히 합리적으로 권력을 나눌 길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동은 중세 지도에서 ‘주의: 용 출몰 지역’이라는 딱지가 붙었던 것과 같은 기피지역이 될 것이다.

오늘날 중동 평화협상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니파 시아파 기독교 쿠르드족 이슬람극단주의자 등 경쟁 세력이 모두 참여하는 것이다. 미국은 이라크가 원한다면 그들이 직면한 어려움을 슬기롭게 풀어내고 민주주의 역사를 새로 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라크의 실상에 관심 있다면 파이낸셜타임스의 룰라 칼라프가 쓴 글을 보기 바란다. 국가의 진보와 퇴보를 동시에 보여주는 글이다. 필자는 바그다드대 생물학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인 24세 알리아와 버스에서 만나 나눈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알리아는 ‘요즘 젊은이들은 인터넷과 다양한 위성 채널을 즐긴다. 엘리트 간의 정치적 투쟁에도 불구하고 캠퍼스에선 수니파와 시아파 간 어떤 반목도 없다’고 말했다. 가족이 늘 자신의 행방을 걱정하는 것에 불만일 정도다. 알리아는 ‘자유는 원하는 바를 단지 말하는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행할 수 있는 것에 관한 것이어야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알리아는 이라크의 희망을 보여준다. 진정한 변화를 이끌 새로운 세대가 성장하기까지 21년 9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첫 반정부시위는 공산주의가 붕괴한 지 거의 21년 9개월 만에 일어났다.

바그다드 출신의 조지프 사순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사담 후세인 치하 35년간 잔재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에는 현재 민주주의와 종파 간 갈등의 싹이 동시에 자라고 있다. 바그다드대 젊은 학생들의 목소리가 확산되기 위해선 두 세대의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이라크전 20주년에는 좀더 긍정적인 일들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