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정양환]교류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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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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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양환 문화부 기자
정양환 문화부 기자
요즘 전시회를 보면 놀랄 때가 많다. 다 그렇진 않겠지만 사람들이 엄청 몰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미국미술 300년, Art Across America’는 겨우 한 달 지났건만 3만여 명이 다녀갔다. 서울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리는 ‘프라하의 추억과 낭만’은 누적관객 4만 명을 넘었다. 1월 25일 개막해 두 달도 채 안 됐다. 솔직히 둘 다 국내에 친숙한 작품이 많진 않은데, 안목들이 대단하다.

이런 외국과의 교류전에는 관계자들의 노고가 엄청나다. 그 나라 보물을 가져와 전시하는 일이니 신경 쓸 일이 한둘이겠는가. 19일 시작된 ‘싱가포르의 혼합문화, 페라나칸’(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은 담당자가 조금 과장해 5분 걸러 한 번씩 전화와 e메일을 받았다고 한다. 소장처인 싱가포르 아시아문명박물관은 물론이고 싱가포르관광청과 주한 싱가포르대사관 등 온갖 관련 부처에서 연락이 왔다. 애를 먹긴 했지만 그 적극성엔 감탄했다는 반응이다.

그런데 박물관이나 미술관 인사들을 만나보면 이런 교류는 상대국마다 특색이 있다. 그 나라의 독특한 성향이 배어나온다. 미국과 영국은 일처리가 확실하기로 유명하다. 전시 노하우가 많아서인지 업무 분담도 꼼꼼하다. 진행 속도도 빠르고, 가부 결정도 명쾌해 일하기 편하다. 일본도 비교적 깔끔한 편이다. 절차는 다소 복잡하나 논리적으로 업무를 추진한다. 다만 다른 나라와 달리 직접 대면을 중시 여긴다. 관계자가 얼굴을 마주하고 신뢰를 쌓아야 일이 순조롭게 풀린다.

선진국이라고 다 시원시원하진 않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은 상대를 곤혹스럽게 할 때가 많다. 국민성 자체가 느긋해서 그런지 속도가 영 느리다. e메일을 보내도 한참 뒤에야 답을 한다. 관계자를 만나러 갔는데 늦잠으로 약속을 어기는 경우도 종종 생긴단다.

미안한 얘기지만 한숨이 절로 나오는 상대도 있다. 대체로 사회주의를 겪은 나라들이 그런 경향이 짙다. 서류 작업도 많고, 기준이 애매모호해 일이 지체되는 사례가 잦다. 문제가 생겼을 때 뚜렷한 해명을 듣기도 힘들다. 한 박물관 관계자는 “해외교류전은 통상적으로 6개월 전에 협정서가 체결된다”며 “중국 측이 개막 1주일 전에야 사인을 하는 바람에 속이 시꺼멓게 타들어간 적이 있다”고 귀띔했다. 인도도 만만찮다. 정부는 승낙했는데, 소장 박물관이 꿈쩍도 안 해 전시가 난항을 겪는 상황도 벌어진다.

사실 이런 판단은 모두 상대적이다. 외국 입장에선 한국도 장단점이 있다. 모두가 우릴 좋은 파트너로 꼽는 건 아닐 게다. 과거엔 문화후진국으로 낮춰 보기도 했으리라. 그렇기에 교류는 더 소중하다. 서로를 배우고 알아가는 과정이니까. 흐뭇한 건, 요즘 이런 전시가 상대국 제안으로 성사되는 사례가 늘었다고 한다. 미국미술이나 페라나칸도 먼저 요청해왔다. 부탁해야 전시품 보내주던 시절은 지나갔단 소리다. 교류는 우리를 살찌우는 힘이다.

정양환 문화부 기자 ray@donga.com
#전시회#교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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