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장택동]끝나지 않은 전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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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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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택동 국제부 차장
장택동 국제부 차장
10년 전인 2003년 3월 20일 미국은 이라크를 공습했다. 대량살상무기(WMD)로 주변국을 위협하고, 자국민을 탄압하는 사담 후세인 독재정권을 붕괴시키겠다는 것이 목표였다. 미군은 3주 만에 바그다드를 점령했고, 후세인은 사형을 당했다. 미군은 2011년 12월 이라크에서 철수했다.

앞서 2001년 10월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했다. 9·11테러를 저지른 뒤 아프간에 숨어 있는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을 잡겠다는 것이 주요 목표였다. 알카에다와 협력했던 아프간 탈레반 정권은 한 달여 만에 무너졌고, 10년 가까이 도주 생활을 하던 빈라덴은 2011년 5월 미군에 사살됐다.

표면적으로 보면 두 개의 전쟁은 미국의 승리로 끝났다. 그런데 이라크와 아프간에는 평화와 자유 대신 여전히 화약 냄새가 가득하다.

이라크에서는 이슬람 종파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후세인은 수니파의 지지를 등에 업고 시아파를 탄압했다. 후세인 정권 붕괴 이후 정권을 잡은 시아파가 수니파를 대상으로 보복을 하고 있다고 수니파는 주장한다. 이에 대항한다는 명목으로 수니파는 시아파를 공격하고, 알카에다는 수니파를 지원하며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런 테러로 1, 2월 숨진 이라크인이 313명에 달한다.

아프간의 상황도 만만치 않다. 미군과 현지 무장세력 간의 교전이 계속되고 있고, 2014년 미군 철수 이후의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무장세력 간의 충돌도 일어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지난해에만 아프간 민간인 2754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유엔은 밝혔다. 9일에는 아프간을 방문한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이 머물고 있는 곳에서 불과 1km 떨어진 곳에서 폭탄 테러가 일어났다.

워싱턴포스트는 “‘10년 전에 비해 지금이 나아졌느냐’고 이라크인들에게 묻는다면 뭐라고 답할까. 긍정적인 답변과 부정적인 답변이 비슷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프간의 사정도 나을 것이 없어 보인다.

미국은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이라크에 WMD는 없는 것으로 밝혀졌고, 미국의 적인 빈라덴을 잡기 위해 아프간인들의 희생을 요구할 권리는 없다. ‘미국이 독재정권을 무너뜨려줬다’고 주민들이 고마워하는 것도 아니다. 미국 원로 언론인 제프 그린필드는 최근 블로그에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현지인들이 미국을 ‘자유의 전사’라고 환영할 것으로 생각했겠지만 이는 환상이었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이라크, 아프간인들이 자국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것도 기나긴 혼란의 한 원인이 됐다고 본다. 후세인이 시아파와 쿠르드족을 학살하고, 쿠웨이트를 침공하며 24년이나 독재를 하는 것을 이라크인들은 막지 못했다. 탈레반 정권이 알카에다와 손을 잡고, 테러를 옹호하는 것을 아프간인들은 방치했다. 엄혹한 국제질서 속에서 자국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는 국민이 깨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이라크와 아프간은 보여주고 있다.

장택동 국제부 차장 will71@donga.com
#미국#이라크#아프가니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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