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헌법적 가치관 확고한 헌재소장감 찾으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14일 03시 00분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어제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의 조율을 거쳐 후보자로 지명한 뒤 1개월 10일 만이다. 이 후보자는 인사 청문 과정에서 특정업무경비의 사적(私的) 사용과 위장 전입 등 공직자의 도덕적 기준에 어긋나는 행적들이 적지 않게 드러났다. 국민의 신망은 물론이고 법조계와 헌재 내부에서도 비판이 높아 헌재를 이끌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그는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청와대와 박 당선인도 처리를 미루며 시간을 끈 책임이 있다.

헌재소장 자리는 전임 이강국 소장이 지난달 21일로 임기를 마친 이후 공백 상태다. 2011년 7월 조대현 전 재판관(야당 추천)의 후임인 조용환 후보자의 낙마로 8인 체제로 유지되다가 14개월 만에 정상화된 뒤 또다시 공백 사태를 맞았다. 헌재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이제라도 헌법적 가치관이 확고한 헌재소장감을 찾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

이 후보자 지명 초기 민주통합당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그가 보수적 성향이라는 이유를 들어 반대 움직임을 보였다. 보수적이거나 진보적인 가치관이 문제일 수는 없다. 보수 진보를 떠나 대한민국의 건국이념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법치주의라는 헌법적 가치관에 충실한 사람이 헌재소장이 돼야 할 것이다.

새 헌재소장은 공직자로서의 도덕성과 윤리의식에서도 국민의 신망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박 당선인은 “인사청문회 과정이 신상 털기 식으로 간다면 과연 누가 나서겠느냐”며 언론의 도덕성 검증을 비판했다. 하지만 헌법정신을 구현하는 중책을 맡은 헌재소장은 누구보다도 도덕성에 흠결이 없고 국민적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인사여야 한다.

이 대통령의 퇴임이 11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이어서 후임 인선은 박 당선인의 몫이다. 임기 6년의 헌재소장은 박 당선인의 임기 이후까지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헌재소장의 공백 사태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은 헌법 경시임을 알아야 한다. 박근혜 차기 정부는 정권적 차원에서 인선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
#이동흡#헌법재판소장 후보#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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