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朴 당선인, 국민통합과 위기관리의 巨人 되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20일 03시 00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제18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자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이어 최초의 부녀(父女) 대통령이 탄생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대선에서 50% 이상 득표하기는 처음이다. 박 당선인에게는 축하를, 선전(善戰)했지만 낙선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는 위로를 보낸다. 범(汎)보수 대(對) 범진보 진영의 대결로 치러진 이번 대선에서 세대, 지역, 이념, 빈부의 갈등이 깊어졌다. 그러나 피 말리는 승부는 끝났다. 국민은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 내 편, 네 편이 아니라 하나가 돼 미래를 함께 열어 가야 한다.

‘승자의 독주’ 경계하고 반대세력 껴안아야

박 당선인이 가장 먼저 할 일은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절반의 국민을 끌어안는 것이다. 승자의 독주를 경계하고 반대세력을 껴안아야 대통령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그는 당선이 확정된 뒤 “민생 대통령, 대통합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면서 “국민 모두가 꿈을 이룰 수 있는 국민행복 시대를 열겠다”고 다짐했다. 문 후보는 박 당선인의 승리에 승복하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당부했다. 야권은 문 후보의 패배 일성(一聲)을 새기면서 국익을 위한 건전한 경쟁자가 돼야 할 것이다. 무작정 새 정권을 흔들려는 ‘어깃장 정치’로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정부와 여당의 독선과 독주는 견제하되 건설적인 대안 제시로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만 5년 후 다시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다산 정약용은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 사람 쓰는 일에 달려 있다고 했다. 박 당선인은 캠프 인사들에 대한 치하는 오늘 하루로 끝내기 바란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부터 논공행상(論功行賞)을 하다 보면 대통합과 거리가 멀어질 수 있다. 당선을 위해 애써준 사람들에 대한 부채의식에서 벗어나 정파를 초월해 국정의 성공을 도울 사람을 등용하는 탕평(蕩平)인사를 해야 한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에서 초래된 새 정치에 대한 국민의 갈망은 도도한 물결을 이뤘다. 박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에 약속했던 정치쇄신 약속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갈등을 조장하는 정치가 아니라 갈등을 해소하는 정치, 국민이 걱정하는 정치가 아니라 국민을 걱정하는 정치가 돼야 한다.

새 대통령 앞에는 험난한 가시밭길이 놓여 있다. 세계 15위 경제 규모, 1조 달러 무역 규모를 달성한 한국 경제의 과거는 화려했으나 미래는 불투명하다. 경제의 성장체력을 보여주는 잠재성장률은 3% 후반대로 하락했다. 가계 빚은 1000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몇몇 대기업은 글로벌 차원으로 성장해 수출을 주도하고 있지만 싸늘한 내수와 극심한 불균형을 이뤄 소득 분배의 악화와 중산층 붕괴가 심각하다.

저성장이 지속되면 청년들은 일자리를 못 구하고 영세 자영업자는 가게 문을 닫아야 한다. 부동산 가격이 추락하고 가계 빚 부담이 늘어 금융시스템을 위축시킨다. 세수가 줄어 나라 곳간이 비어가도 실업과 고령화에 따른 복지 지출은 늘어난다. 경기가 더 나빠지면 가계 부채나 공기업 부채를 국가가 떠안아야 할지도 모른다. 박 당선인은 한계에 부닥친 한국 경제를 새로 디자인하고 뼈를 깎는 구조 개혁으로 경제 회생의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여야가 표심을 의식해 충분한 검토 없이 급조한 공약이 적지 않다.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약 10조 원의 세수가 줄어든다. 내년 경제성장이 정부 전망치(4%)를 밑돌면 세수 감소는 불가피하다. 복지 공약의 우선순위를 따져 접을 것은 접고, 지켜야 할 것은 재원 확보 방안을 마련해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가용 재원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생산적 복지의 원칙에 따라 취업과 보육 같은 성장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복지 예산을 꾸려야 한다.

새 대통령은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되는 외교안보 환경에 대처해야 한다. 중국은 시진핑이 이끄는 5세대 지도부가 들어섰고 일본은 조만간 아베 신조의 자민당 정부가 출범한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2기 정부는 우리의 차기 정부에 한 달 앞서 내년 1월 출범한다. 올해 5월에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취임했다. 새 대통령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4강(强) 지도자와 외교의 새 판을 짜야 한다.

경제 안보 외교 난제 대응, 첫 단추가 중요하다

새 대통령의 정상외교 능력에 따라 주변국과의 관계가 긴밀해질 수도, 멀어질 수도 있다. 외교는 내치(內治)와 남북관계 못지않게 우리의 운명을 좌우할 결정적 변수다. 박 당선인은 축적된 국가적 역량을 바탕 삼아 4강과의 관계를 긴밀히 하고 한국이 관련된 현안 해결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국가 안보다. 북한은 핵 개발에 이어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도 성공했다. 박 당선인은 유엔 주도의 대북(對北) 제재 움직임 속에서 구체적인 대북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남북 관계 경색의 주원인은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이다. 경색을 풀려면 북한의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국제사회와의 대북 제재 강화 공조는 4강과의 발전적인 관계 설정을 위해서도 긴요하다. 남북 관계는 통일까지 바라보는 긴 안목에서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조건 없이 대화를 서두르기보다는 북한의 도발 본능을 제어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처가 중요하다.

통합이든 경제든 외교든 안보든 난제 대응에는 첫 단추가 중요하다. 박 당선인은 국민 통합과 위기관리의 거인(巨人)으로 우뚝 서길 바란다.
#박근혜#대통령#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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