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시집 와 살아보니]<4>“사랑에 겉치레가 중요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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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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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나 콘팔로니에리(이탈리아 출신)
크리스티나 콘팔로니에리(이탈리아 출신)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신기했던 것이 바로 결혼문화다. 가끔 결혼 준비과정에서 다투고 헤어졌다는 커플들의 소식을 접할 때면 놀랍기도 하고 안타까운 마음까지 든다. 결혼 준비가 뭐길래 결혼을 결심할 만큼 사랑했던 연인을 떼어놓는 것일까.

한국에서 6년 정도 살면서 결혼은 개인의 일이 아닌 부모의 일, 가족의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내 주변 사람들을 보면 결혼해서 살 집을 남자 부모가 얻어주는 경우가 많다. 결혼식 역시 부모 돈으로 치른다. 그러나 이탈리아에서 결혼은 철저히 함께 살 두 사람의 일이다.

한국처럼 집은 남자, 혼수는 여자로 나누는 게 아니라 남녀가 함께 모은 돈으로 집을 마련하고, 결혼식도 그 돈으로 한다. 집값이 비싸서 대개는 월세로 시작한다. 결혼 비용을 도와주는 가족도 있지만 한국처럼 전부 다 도와주는 경우는 드물다.

나는 2007년 말 한국인 남자와 결혼했다. 한국과 이탈리아에서 각각 결혼식을 올렸다. 우리 부부는 결혼 후 시어머니와 함께 살기로 했기 때문에 집을 마련하기 위한 큰돈이 필요 없었다. 혼수는 신혼 방에 쓸 가구와 반지를 나눠 가진 게 전부였다. 한국에서의 결혼식은 남편이, 이탈리아에서의 결혼식은 내가 비용을 냈다.

두 나라 결혼식 모두 재미있었다. 한국에서는 교회에서 결혼식을 했는데 내 친구들부터 남편의 가족과 친구, 시어머니 지인까지 2000명 가까운 손님이 결혼식에 왔다. 그런데 사람이 그렇게 많이 왔는데 결혼식이 딱 1시간 정도로 짧게 끝나 무척 아쉬웠다. 나는 드레스 입는 걸 무척 좋아하는데 일생에 한 번 입을 수 있는 웨딩드레스를 잠깐 입고 벗어야 한다니까 너무 속상했다.

이탈리아에서는 가족 친구 등 100명이 안 되는 손님이 왔다. 이탈리아에서는 성당이나 시청에서 신부님이나 시장 혹은 공무원의 주재하에 결혼식을 연다. 나 역시 성당에서 결혼식을 했다. 신부님이나 시장님은 결혼 서약을 받는 정도에서 그치기 때문에 한국의 주례 선생님처럼 말을 길게 하지 않는다.

또 결혼식장을 빌리는 비용은 정해져 있지 않아서 내가 여유 있는 만큼의 돈을 성당에 기부하면 된다. 그 덕분에 가난한 사람들도 부담 없이 결혼할 수 있다. 결혼식 후에는 가족, 친한 친구들과 파티를 한다. 결혼식이 경건하다면 파티는 흥겨운 분위기에서 치러진다. 나 역시 예쁜 레스토랑을 빌려 밤늦게까지 파티를 열었다. 파티에 돈이 많이 들긴 하지만 손님이 적기 때문에 생각만큼 부담이 되진 않는다.

한국식 결혼에도 좋은 점이 많았다. 무엇보다 결혼식이 끝난 후 한복을 입고 대추랑 밤을 먹고, 남편이 업어주는 등 폐백 드리는 게 아주 재미있었다. 또 선물이 아니라 돈(축의금)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이탈리아에서는 신랑 신부가 결혼 전 선물로 받고 싶은 품목을 리스트로 만들면 친구들이 그중 하나를 선물로 주는 게 일반적이라 처음엔 돈봉투를 주는 한국의 문화가 이상하게 여겨졌는데 막상 받아보니 훨씬 편리했다. 그래서 이탈리아 결혼식에서도 나는 친구들로부터 선물 대신 축의금으로 달라고 해서 받았다.

이탈리아에서 나고 자란 내게 한국의 결혼문화는 생소한 것도, 특이한 것도 많게 느껴진다. 그래도 두 나라 모두, 결혼의 공통적인 조건은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 앞에 겉치레나 부모의 간섭은 그리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사랑을 믿는 모든 이에게 박수를!

크리스티나 콘팔로니에리(이탈리아 출신)
#사랑#결혼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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