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충희]세계인의 마음을 치유해줄 힐링 송 아리랑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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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충희 외교통상부 문화외교국장
한충희 외교통상부 문화외교국장
5일 오후 9시 아리랑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확정 직후 프랑스 파리의 유네스코 회의장에 인간문화재 이춘희 경기민요 명창이 부르는 아리랑이 울려 퍼지자 각국 대표들은 큰 박수로 화답하며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현장에 있었던 내가 느꼈던 감동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아리랑은 이제 명실상부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 아이콘이자 한국을 상징하는 국가브랜드가 되었다.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는 아리랑이 독창성과 창조성으로 한국인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며, 여러 세대를 내려오며 60여 종류에 모든 변형까지 총 3300가지가 되는 다양성을 갖추었고 공동체의 어울림과 단결과 일치를 가져다주는 한민족의 대표적인 민요라고 평가했다.

파리 유네스코 회의 참석 전 만난 이스라엘 외교부 관리는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를 직접 부르며 “아리랑을 잘 안다”고 했다. 아리랑이 얼마나 많이 퍼졌는지 새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실제로 이전에 남북이 공동으로 참가했던 국제 경기에서도 아리랑은 국가(國歌) 대신 불렸으며 많은 해외교포 위문공연이나 해외 공연에서 여러 종류가 메들리로 편곡되어 피날레를 장식했다. 최성환 작곡 ‘아리랑 환상곡’은 우리 오케스트라 해외 연주에서 마지막 곡으로 자주 연주되곤 했다. 2002 월드컵을 더욱 신나게 했던 것도 윤도현 밴드의 아리랑이 아니었던가.

아리랑은 일방적으로 듣기만 하는 노래가 아니며 늘 청중과 함께 불러 하나 됨을 공감하는 노래라는 게 특징이다. 1960, 70년대 독일로 간 광원들이 지하갱도의 중노동과 타국 살이의 시름을 달래며 불렀던 노래도 아리랑이었다. 100여 년 전 미국 하와이로 이민 간 한인들과 다시 멕시코 유카탄 반도와 쿠바까지 유랑인처럼 건너간 한인들과 그 후예들, 그리고 중국, 일본,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등으로 흩어진 총 700만 명의 해외 한인 디아스포라(이산·離散)를 하나로 묶고 유지시킨 힘도 우리 유전자(DNA)처럼 들어 있는 아리랑이었다.

아리랑의 문화유산 등재로 아리랑이라는 국가이미지와 브랜드를 더욱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게 되었다. 아리랑은 한국의 역사, 정신세계, 어울림의 메시지를 통해 공동체가 하나 됨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한국인의 거울이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한인들은 물론이고 외국인들과 아리랑을 같이 부르고, 아리랑 속에 있는 스토리를 끌어내며, 함께 울고 함께 기뻐하는 아리랑 정신을 나누는 것이야말로 외국인들의 마음을 사는 외교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아리랑을 활용한 뮤지컬과 새로운 작곡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이를 수교기념 행사를 포함한 여러 해외공연 등 문화 공공외교 활동에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다양한 버전의 아리랑과 창작 아리랑을 모은 CD를 새롭게 제작하여 외국인들에게 선물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겠다.

대한민국이 앞으로 지향해야 할 국가브랜드와 가치는 우리 문화만을 일방적으로 자랑하는 것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세계인들과 평화롭게 서로 사랑과 정을 나누고 소통하면서 화해하고 함께 나누는 일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아리랑 정신이자 아리랑 스타일이다. 아리랑은 흔히 원망과 비탄과 한의 노래로 인식되고 있으나 오히려 슬픔과 애통을 기쁨과 희망으로 승화시키는 노래다. 이춘희 명창도 같은 아리랑이라도 어떤 때에는 슬픔과 애통의 마음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기쁘고 희망과 환희에 찬 마음으로 노래가 나온다고 했다.

슬픔을 경험해 본 사람만이 슬픈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위로해 줄 수 있듯이, 아리랑은 많은 슬픔에 잠겨 있는 지구촌 사람들을 위로하고 눈물을 닦아주며 새로운 희망과 기쁨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노래다. 따라서 아리랑은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세계인들을 치유하고 평화를 만드는 ‘피스(peace) 메이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충희 외교통상부 문화외교국장
#아리랑#유네스코#문화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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