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고승영]수도권 지하도로야말로 효과적인 복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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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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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영 서울대 교수 대한교통학회 회장
고승영 서울대 교수 대한교통학회 회장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도로 건설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지역 간 도로망은 어느 정도 확보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인구와 경제가 집중되어 있는 수도권은 생활권역의 확대로 교통 혼잡이 계속되고 있다. 도로 교통 혼잡 비용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서 발생하고 있고, 하루 서너 시간을 출퇴근을 위해 교통지옥 속에서 고통 받는 수도권 주민이 허다하다. 특히 고속도로는 여가 통행의 증가로 인해 주말마다 몸살을 앓고 있다.

민주당 경선 후보였던 손학규 후보는 ‘저녁이 있는 삶’을 정책공약의 핵심 단어로 사용한 바 있다. 저녁이 있는 삶을 보내려면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도 방법이지만 출퇴근에 허비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훨씬 저렴하고 효과적이며 국민의 복지와도 바로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도로, 철도 등 교통시설 확충이 무상교육, 보육지원 등과 같은 복지 못지않은 기초적인 복지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교통 혼잡 해소는 도로 외 다른 교통수단으로도 추진될 수 있지만 선진국 수준의 기본적인 도로망은 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추가적인 도로 건설은 쉽지 않다. 막대한 건설 재원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지상 공간이 부족해지고 환경을 중시하면서 지상이나 고가도로 형태의 도로 건설은 매우 어려워졌다.

최근 선진국에서는 도시권에서 지상 녹색공간 확보와 교통 혼잡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기 위해 지하교통시설의 건설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지하도로는 포화 상태인 지상의 교통 혼잡을 해소하기 위하여 건설하기도 하지만, 미국 보스턴의 빅딕(Big Dig)과 같이 도시재생이나 지상에 있는 문화재를 훼손하지 않고 순환도로를 연결하기 위해 건설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에는 홍수 예방 목적으로도 지하도로가 건설된 사례도 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의 SMART(Stormwater Management And Road Tunnel) 터널은 평시에는 도로로 이용하다가 홍수 시에는 수로로 이용하는 다목적 도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강남 등 도심에서 물난리를 경험한 서울의 경우 교통 혼잡과 물난리를 동시에 풀 수 있는 수로 기능을 갖는 지하도로는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강남순환도로, 제물포길, 서부간선도로 등이 지하도로로 건설 중이거나 계획된 바 있다. 정부에서도 수도권 5개 고속도로 구간에 대한 지하도로 건설을 제안한 바 있고, 특히 경부고속도로 판교∼한남 구간,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장수∼계양 구간을 지하로 하고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서울시도 총 149km의 대규모 지하도로 계획을 발표하는 등 지하도로에 대해 심도 깊게 논의한 바 있다.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상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에서 지하도로는 앞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중요한 수도권 교통정책 중의 하나임에 틀림이 없다. 다만 지하도로 건설에 대한 사회 각계의 다양한 의견에 대해서는 충분히 논의하고 검토하여 우리의 여건에 맞는 합리적인 지하도로를 건설하여야 할 것이다.

고승영 서울대 교수 대한교통학회 회장
#지하도로#복지#도로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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