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문명재]성공한 장관 없이 성공한 대통령 힘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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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재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문명재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13 대 0.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행정부 1기가 임명한 장관 중에서 정권 말기인 지금까지 남아 있는 장관 수다. 미국이 13, 우리가 0이다.

4년 전 정권교체를 위해 ‘변화’를 부르짖었던 오바마 대통령은 본인이 정권 초에 임명한 14명의 장관 중에서 상무부 장관만 교체했다. 재임에 성공하기까지 철저하게 책임성과 안정성을 위한 인사기조를 유지한 셈이다.

역대 장관 재임기간 평균 14개월

우리는 정반대다. 장관 임기와 교체주기가 지나치게 짧다. 역대 정부 장관의 평균 재임기간이 14개월 남짓이다. 아무리 역량이 탁월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고 성공적으로 직을 수행하기에는 너무나 짧은 기간이다. 성공한 장관이 없다면 성공한 대통령을 찾기는 더 힘들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후에도 장관이 한 번 교체된 경우는 외교통상부 국토해양부 환경부 정도이고 나머지는 서너 차례 바뀌었다. 이전에 비하면 길어진 편이라니 그동안 장관 교체가 얼마나 잦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변화의 폭이 큰 것은 정부부처도 마찬가지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와 비할 바는 아니지만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정부조직도를 다시 그리기에 바쁘다. 부처의 이름이 바뀌는 것은 다반사다. 부처가 사라지거나 새로 생기는 일도 잦다. 공룡부처로 뻥튀기되기도 하고 조직과 기능이 줄어들기도 한다.

전두환 정부 이후 지금까지 정부부처 수를 살펴보면 평균적으로 집권 초에는 부처 수가 줄었다가 이후에 다시 늘어나는 변화를 반복해 왔다. 정치권뿐 아니라 정부 조직도 정권에 따라서 이합집산을 거듭해온 셈이다. 잦은 조직개편을 통해 관료는 정책역량보다도 조직의 생존력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학습을 하게 된다. 9·11테러 사건 이후 국토안전부가 신설된 것을 제외하면 지난 30년간 큰 틀에서 변화가 없었던 미국의 정부조직과는 대조를 이룬다.

새로운 인재를 발탁하고 유연하게 조직을 설계한다는 점에서 장관의 교체나 조직개편을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다. 새로운 시대의 가치를 반영하고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만 있다면 발전적 변화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잦은 변화에 따른 비용이 편익보다 클 때가 문제다. 변화를 무작정 추구하는 순간에는 변화의 비용을 고려하지 못하기 십상이다.

장관 교체로 인한 국정의 공백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이 문제다. 많은 장관이 꽃가마 타고 왔다가 잠시 머문 후에 떠난다는 관료들의 냉소적 반응을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잦은 정부조직 개편도 역시 마찬가지다. 부처 이기주의에 휘둘려 유행처럼 조직개편을 논의해서는 안 된다. 당면한 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변화비용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이 논의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대통령과 임기 함께하는 美와 대조

변화관리의 대가인 쿠르트 레빈 박사는 변화의 과정을 해빙(unfreezing), 변화(change), 재결빙(refreezing)이라는 세 단계로 구분한다. 변화는 안정으로 마무리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이다. 변화와 안정. 서로 상충하지만 건강한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자전거의 두 바퀴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변화 속에 안정을, 그리고 안정 속에 변화를 지향하는 것이 정치의 요체다.

우리나라는 변화지향성이 높은 사회다. 다행히 그동안 변화가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변화지향성이 높은 사회일수록 퇴임 대통령에 대한 격려의 박수보다는 취임 대통령에 대한 기대의 박수 소리가 훨씬 크다.

대통령선거일인 12월 19일에 웃는 이가 누가 되더라도 변화와 안정의 균형점을 찾지 못한다면 결국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기 어렵다. 대선후보들이 내각과 정부조직의 밑그림을 그리면서 변화와 안정의 두 바퀴를 곰곰이 고민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안정될 겨를도 없이 5년 후에 휘날릴 변화의 깃발이 벌써부터 준비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문명재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장관#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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