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토라진 安, 달래는 文, 안 보이는 새 정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6일 03시 00분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그제 문재인 후보와 민주통합당 측에 불만을 표시하며 단일화 협상 중단을 선언하자 야권 전체가 화들짝 놀라는 모습이다. 문 후보는 두 차례나 사과하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만전을 기할 테니 다시 단일화 협의를 해나가자”고 말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조국 서울대 교수 등 야권의 장외(場外) 인사들까지 안 후보 달래기에 나섰다. 안 후보는 “깊은 실망을 했다. 단일화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로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안 후보 측은 단일화 경합을 앞두고 문 후보 측이 조직력을 가동하고, 안 후보의 양보설을 언론에 퍼뜨리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안 후보는 어제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단일화 협상을 중단한 이유로 “옛날 방식의 정치경쟁”을 꼽았다. 그러나 대선후보 단일화 그 자체가 옛날 방식의 정치공학적 산물이다. 민주당이 단일화에 승리하기 위해 조직을 가동하는 것에 불만을 표시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무소속 후보가 정당 후보와 겨루면서 그 정도 불리함을 각오하지 않았다면 단일화 협상에 응하지 않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안 후보가 토라진 것은 새 정치, 낡은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세(勢) 불리를 만회하기 위한 전략으로 비친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안 후보의 상승곡선이 눈에 띄게 주춤해지고 있다. 야권 단일화 선호도에서 안 후보는 줄곧 문 후보를 앞서 왔으나 지금은 후보 적합도에서 밀리고 일부 조사에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상대할 경쟁력에서도 뒤지는 것으로 나온다. 문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박, 문, 안 3자 대결에서도 안 후보는 2위 자리를 문 후보에게 내주기 시작했다. 이런 추세라면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안 후보를 대선 무대로 밀어올린 ‘안철수 현상’은 새 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갈망이 표출된 것이었다. 새 정치는 지난 반세기 국민에게 실망과 혐오감을 안겨준 각종 정치적 구태들을 청산하라는 의미다. 그러나 안 후보는 대중에게 노출되면서 신비의 안개가 걷히고 새 정치라고 인정할 만한 참신함도 보여주지 못했다. 그가 지금 매달리는 것은 1997년 김대중 김종필, 2002년 노무현 정몽준 단일화가 보여줬던 낡은 정치공학이다. 문 후보도 안 후보를 어떻게든 끌고 가야 승산이 있으니 자세를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다. 토라진 안 후보나 달래는 문 후보에게 새 정치는 보이지 않는다.
#안철수#문재인#단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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