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경철]교통사고 사망률 1위 대한민국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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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철 한국교통연구원장
김경철 한국교통연구원장
필자는 얼마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도로안전보고서를 보고 참을 수 없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한국의 도로 교통사고 사망률이 조사된 29개국 중 가장 높았다. 즉, 교통안전 면에서는 꼴찌인 셈이다.

실망이 큰 한편, 더 큰 걱정이 밀려 왔다. 교통사고 문제는 앞으로 더 큰 사회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교통안전정책을 보면 교통사고 사망자를 한 명이라도 더 줄이기 위한 간절함이 보이지 않는다. 한 예로 한해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율은 OECD 평균 8%대에 이르고 있지만 한국은 4%대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5년간 교통사고로 3만여 명이 사망하고 170만여 명이 다쳤다. 이로 인해 연간 13조 원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 차원에서 교통안전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없다. 유관 기관이 행정안전부, 국토해양부, 교육과학기술부, 보건복지부, 경찰청 등 여러 개로 분산돼 있어 효과적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홍보도 부족한 편이다.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공익광고는 과거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 운전 중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시청이나 휴대전화 조작이 얼마나 심각한 사고를 야기할 수 있는지 알리려는 노력이 미흡한 것이다.

그러나 개선의 여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2002년에는 교통안전 총괄 조정 기능을 강화하려고 총리실에 안전관리개선기획단을 설치해 효과를 거둔 바 있다. 안전관리개선기획단이 생긴 후 2년 만에 교통사고 사망률이 29.4% 감소해 약 3000명의 생명을 교통사고로부터 구할 수 있었다. 또 학교 앞에 스쿨존을 도입하고 녹색어머니회 운영을 통해 어린이 교통사고를 약 95% 감소시킨 놀라운 전례도 있다.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게 전쟁이 됐건, 교통사고가 됐건 정부는 국민 한 명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 이는 대통령 직속의 국가교통안전위원회를 설립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지방자치단체 산하에 교통안전 추진 기구를 설치하고 교통사고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예산을 확보하고 조직을 정비해야 한다. 또 국가 주도의 대형 연구개발 사업을 추진해 정보통신 기술과 연계한 차량 기술, 도로 시스템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다. 최신 전자, 통신, 제어기술을 활용해 사고 위험을 사전에 감지하고 자동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자동차와 도로시설에 신기술을 적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과속과 음주에 대한 단속 강화, DMB 시청과 문자 보내기가 야기할 교통사고의 위험에 대한 홍보, 그리고 주민 참여형 교통사고 예방 프로그램 개발 등도 정부의 주도하에 추진돼야 한다. 비록 현재 우리의 도로 교통사고 사망률은 OECD 꼴찌지만 중요한 것은 ‘앞으로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하는가’에 달려 있다. 국민 생명을 살리는 교통안전정책이 정부의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되기를 희망한다.

김경철 한국교통연구원장
#교통사고#사망률#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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