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윤종구]대선 메이저 3인방, 마이너 3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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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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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구 정치부 차장
윤종구 정치부 차장
“이번 대선에서 살짝 맛이 간 사람들은 하나같이 경기고-서울대 출신이야. 그렇게 머리 좋은 사람들이 자기 일은 왜 그렇게 모르나.” 얼마 전 만난 한 원로 정치인의 얘기다. 박찬종(경기고-서울대 경제학과), 강지원(경기고-서울대 정치학과), 이건개 후보(경기고-서울대 법대)를 두고 한 말이다.

어느 분야든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가 있기 마련이다. 이들 3명은 이번 대선의 마이너리거들이다. 유독 경기고-서울대 출신들이 마이너리그에서 뛴다는 게 아이러니하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다. 한때 이들은 ‘대한민국 메이저리그’에서도 펄펄 날던 사람들 아닌가.

이정희(통합진보당) 심상정 후보(진보정의당)는 엄밀히 말해 마이너리거라고도 할 수 없다. 경기 자체보다는 일부 메이저리그 팀의 대표선수 선발 과정에서 생기는 개평에 더 관심이 많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내내 꼴사나운 이전투구로 이른바 ‘진보’를 욕보여 놓고, 또다시 ‘내가 진짜 진보’라고 나서는 건 염치없는 일이다. 선수가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으면 일정 기간 출장하지 않는 식의 자숙을 하는 프로야구보다 못하다.

메이저리그는 어떤가. 메이저 3인방을 뜯어보면 개인기 면에선 마이너 3인방보다 나은 게 별로 없어 보인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부모 덕에 출발선부터 남들과 달랐다. 그러다 아버지 시대의 명암(明暗) 중 그늘에 대한 역풍이 불자 마지못해 사과하고, 아버지 어깨너머로 체득한 1970년대식 용인술로 사람들을 부린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그 시대 상황이 낳은 훌륭한 국가지도자였다고 생각하지만 21세기 우리 미래가 다시 그런 리더십 속으로 들어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벌써부터 박근혜 캠프에선 충성경쟁과 소(小)권력다툼, 불통(不通) 논란이 적지 않은데, 정권을 잡으면 더할까 우려된다. 말로는 통합을 외치지만 캠프 내 통합조차 잘 안 되는 듯하다. 통합한다면서 ‘잡탕’을 한 건 아닌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특전사 출신에 사법시험에 때 묻지 않은 이미지가 강점이지만, 그건 박찬종의 20년 전 브랜드다. 박찬종은 해병대 출신에 사시·행시·공인회계사에 참신한 이미지로 돌풍을 일으켰다. 1992년 독불장군으로 대선에 출마해 6.4%를 득표했다. 문재인이 과연 민주당 없이 그 정도 득표할 수 있을까. 그의 지지율은 지금 민주당 정당지지율보다 낮다. 그래서 야권후보 단일화에 목매고 있지만, ‘단일화로 정권교체’ 외에 무슨 철학과 비전이 있는지 모르겠다. 이제 더이상 정권교체 그 자체가 절대선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캠프 내 친노 핵심 2선 후퇴는 솔직하지 못하다. 대선에서 이기면 다시 완장 차고 나올 사람들 아닌가.

‘안철수 정치’에선 진정성과 치열함을 느낄 수 없다. 의사, 기업 대표, 대학교수 경력에 수천억 원 재산의 부자가 입만 열면 기득권 타파를 외친다. 그의 공약에 자신의 경험과 삶의 고민이 얼마나 배어 있나. 머리 굴려 짜내는 공약이라면 누구나 만들 수 있다. 말로는 정치쇄신을 외치지만, 사실은 앞장서서 정치를 희화화하고 있다고 본다. 안철수는 떨어질 줄 뻔히 알면서도 “제대로 된 정책선거 실현을 위해 모든 것 희생하겠다”며 장관급 공직자인 아내에게 사표까지 종용하는 강지원처럼 정치쇄신에 오롯이 헌신할 수 있나. 자신은 1년 동안 대선 준비하면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직을 놓지 않았고, 남편 대선운동 돕는 아내는 아직도 서울대 교수직을 잡고 있다. 기득권 지키기가 과하다.

메이저리그 수준이 마이너리그보다 떨어진다고 느낄 때 국민은 어느 순간 채널을 돌릴 수도 있다.

윤종구 정치부 차장 jkmas@donga.com
#대선#메이저#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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