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이재명]궁금해요? 국민에게 물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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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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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치부 기자
이재명 정치부 기자
안철수 후보가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거의 돌림매 수준이다. 비판이라기보다 무시에 가깝다. 한마디로 ‘쟤가 뭘 몰라서 그런다’는 투다. 그동안 워낙 공자님 말씀만 하니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던 정치권이 국회의원 정원 축소라는 밥그릇을 건드리자 난리가 났다.

그들의 반론은 크게 두 가지다. 국회의원 수를 줄이면 행정부 감시 기능이 위축된단다. 진입 장벽이 높아져 소수 엘리트 정치가 판을 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기가 찰 노릇이다. 지금까지 사람이 적어 행정부 감시를 제대로 못 했단 말인가. 국회의원이 100명이든, 1000명이든 여당은 정부 편들고, 야당은 무조건 반대한다는 걸 모르는 국민이 있단 말인가. 무소속 대통령은 행정부를 받쳐 줄 여당이 없어 국정 운영을 못 한다더니 이제와 애먼 소리다. 그렇다면 국회의원 수를 크게 늘리되 특권을 박탈하자는 최장집 교수의 주장에는 동의하는가.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에는 더욱 할 말이 없다. 지금까지 총선의 역사는 등용문 확대의 역사다. 재야 세력에 이어 친북 성향 인사도 대한민국의 대표가 됐다. 급기야 ‘새해 소원이 명박 급사’인 철부지 청년까지 금배지를 다는 나라다. 그렇게 장벽이 낮아져서 정치의 품격이 올라갔는가.

역린(逆鱗)을 건드리면 용은 미쳐 날뛴다.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먼저 용을 때려잡아야 한다. 하지만 안 후보는 역시 승부사가 못 된다. 국회의 온갖 오욕의 역사를 끄집어 내 여론의 무게추를 자신에게 끌어와도 될까 말까한 승부에서 그는 여전히 국민 타령이다. 허구한 날 국민에게 묻고, 국민의 평가를 받잔다. 사즉생(死則生)의 각오 없이 무엇을 개혁하고, 무엇을 바로잡을 수 있단 말인가. 애꿎은 ‘궁민(窮民·생활이 궁핍한 백성)’만 불쌍하다.

안 후보는 정치쇄신의 열망 속에 샛별로 떠올랐다. 하지만 정치쇄신이 이슈로 떠오를수록 가장 말발이 달리는 이가 바로 안 후보다. 자신이 가장 모르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책에서 읽고 주변에서 들어 아는 백면서생과 십수 년 정치판에서 구른 후흑(厚黑)이 맞붙는다면 결과는 뻔하다.

후흑은 낯가죽이 두꺼운 면후(面厚)와 속마음이 시꺼먼 심흑(心黑)을 합친 말이다. 쉽게 말해 뻔뻔함과 음흉함이다. 중국의 리쭝우(李宗吾)는 신해혁명이 일어난 1911년 ‘후흑학’을 썼다. 중국판 ‘군주론’이다. 세상을 호령한 영웅호걸에겐 후흑이 있었다는 게 이 책의 결론이다. 후흑은 선도, 악도 아니다. 권력을 얻기 위한 치열함일 뿐이다. 그렇게 얻는 권력을 구국과 위민에 쓰면 영웅호걸이 되고, 자신의 잇속을 챙기는 데 쓰면 만고의 역적이 되는 것이다.

후흑의 고수들은 먼 곳에 있지 않다. YS는 군부 세력의 굴로 들어가 정권을 잡은 뒤 군내 사조직을 일소했다. DJ는 유신의 본당과 힘을 합친 뒤 유신의 ‘적대적 공존관계’였던 북한을 끌어들여 노벨평화상을 거머쥐었다. 재벌과 손을 잡아 권좌에 오른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벌로 상징되는 기존 질서를 허무는 데 임기를 걸었다.

안 후보는 그래도 다행이다. 치열함에 있어 경쟁자들도 별반 다르지 않으니 말이다. 고작 당직자들에게 도넛을 돌린 걸 두고 후보가 변했다며 반기는 박근혜 후보 진영이나, ‘탈(脫)노무현’을 외치면서도 툭하면 호남으로 달려가 DJ와 노무현의 그림자에 매달리는 문재인 후보 진영이나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재명 정치부 기자 egija@donga.com
#안철수#대선#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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