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安후보 출마 한 달 ‘새 정치’는 어디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9일 03시 00분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9월 19일 “정치가 바뀌어야 우리 삶이 바뀔 수 있다”며 출마 선언을 한 지 오늘로 한 달이 됐다. 대통령 선거를 꼭 석 달 앞둔 시점이었다.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42.195km의 마라톤을 출발선부터 뛰어왔다면 결승선 가까이에서 뛰어든 안 후보의 지난 한 달은 다른 무게를 지녀야 한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염증이 역설적으로 ‘안철수 현상’의 동력(動力)이 됐다. 그래서 국민은 안 후보가 내건 새 정치 비전에 많은 기대를 걸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한 달 동안 안철수판 새 정치의 진면목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안 후보는 “정권교체보다 새 정치 구현이 상위 개념”이라고 했다가 “새 정치와 정권교체는 같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정권교체와 새 정치에 대한 방점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정권교체는 문 후보가 강조하는 바다. 야권후보 단일화를 앞두고 자신의 지지층과 민주당의 지지층을 아우르려다 보니 안 후보의 화법(話法)이 모호해지는 것 같다. 안 후보의 ‘전략적 모호성’이 ‘새 정치’의 표상은 아닐 것이다.

안 후보는 며칠 전 협의(協議)의 정치, 공천제 개혁을 통한 직접민주주의 강화, 의원특권 폐지를 정치개혁 3대 방안으로 내놨다. 민주당에 정치개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정치학 개론(槪論) 수준이거나 정치권에서 논의됐던 것들이다. 정치개혁 과제를 실제로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각론(各論)이 부족하다.

안 후보 측은 “무소속 대통령도 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당선될 경우 다른 정당과 충분히 협의하는 ‘협력 정당’ 모델로 국정 운영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안 후보가 그리는 대통령과 국회상(像)은 정치적 이상형에 가깝다. 정치는 현실에 바탕을 둔 것이다. 안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중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 대연정(大聯政)이라는 비현실적인 제안을 했다가 지지층의 이탈로 레임덕을 자초했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안 후보는 다음 달부터 야권후보 단일화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단일화 논의의 순서는 두 후보가 공동 정책을 협의하는 것이 먼저다. 원칙과 비전을 공유한 뒤 단일화 방식을 논의해야 할 텐데도 야권 내에선 두 후보가 무조건 합쳐야 한다는 목소리만 들린다. 안 후보는 지난 시대에 출현했던 단일화 정치공학과 어떻게 다른 단일화를 할 것인지 밝혀야 할 것이다. ‘묻지 마 단일화’가 새 정치는 아니다.
#안철수 후보#새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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