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이승건]백전노장 vs 백지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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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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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건 스포츠레저부 기자
이승건 스포츠레저부 기자
두 구단이 옛 사람을 내보내는 과정은 비슷했다. 프로야구 한화와 넥센은 각각 올 시즌 도중 한대화 감독과 김시진 감독을 잘랐다. 성적 부진에 따른 문책성 인사라지만 시점이 의외였다. 한 감독은 내년 재계약이 힘들어도 이번 시즌은 끝까지 함께할 줄 알았다. 구단이 그러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지난해 8위였던 팀을 6위로 끌어올린 데다 계약 기간이 2년이나 남았기에 충격이 더했다.

두 구단이 선택한 새 사람은 달랐다. 달라도 너∼무 달랐다.

한화와 넥센은 지난주 각각 김응용 감독과 염경엽 감독을 선임했다. 지도자로서의 두 감독 프로필을 보자면 김 감독의 그것은 글자들이 빽빽한 먹지, 염 감독은 텅 빈 백지에 비견될 만하다.

71세의 김 감독은 프로야구 출범 이듬해인 1983년부터 2004년까지 무려 22년 동안 사령탑을 지낸 인물이다. 2679경기에 출전해 1476승 1138패 65무(승률 0.565)를 기록했다. 통산 최다 출장, 최다승 기록이 모두 그의 것이다. 5시즌 이상 사령탑을 맡은 감독 가운데 승률도 최고다. 이것만 해도 엄청나지만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은 전무후무라고 할 수 있는 대기록이다.

김 감독보다 27세 아래인 염 감독은 말 그대로 ‘진짜 초보’다. 프로야구 2군 감독은 물론이고 고교나 대학 등 아마추어 팀 감독조차 한 적이 없다. 지난해 이맘때 두산과 LG 사령탑으로 취임한 김진욱 감독과 김기태 감독 역시 ‘초보’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김진욱 감독은 고교, 김기태 감독은 2군에서 감독을 해 봤다. 염 감독은 아마추어 시절 국가대표 거포로 이름을 날렸던 김응용 감독과 달리 선수로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1991년 데뷔해 2000년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할 때까지 통산 타율은 0.195에 그쳤다. 2007년 현대 수비 코치, 2011년 LG 수비 코치, 올해 넥센 주루 코치로 활약했는데 코치 경력도 전부 합해 봐야 3년 남짓하다.

한화는 8년의 현장 공백이 있지만 70대인 김 감독의 풍부한 경험과 카리스마를 선택했다. 전쟁 중 혹한 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 늙은 말이 인도한 덕분에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한비자 설림편 ‘노마지지(老馬之智·늙은 말의 지혜)’의 고사를 떠올렸을 법하다.

반면 넥센은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역동적인 젊은 지도자’를 새 감독의 기준으로 제시했다. 이런 점에서 염 감독의 젊음과 소통 능력을 높이 샀다. 스카우트부터 운영팀장까지 9년 동안 프런트로 일하며 인정받았기에 구단과 현장의 목소리를 조율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고 평가했다. 제자인 아널드 쇤베르크가 이해하기 어려운 음악을 갖고 오자 “젊으니까, 자네가 옳다”고 했던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의 명언을 떠올렸을 법하다. 프런트 출신으로 명장 반열에 오른 프로농구 KT의 전창진 감독 사례도 참고했을지 모른다.

상식을 깬 작전이 성공하면 대단한 지도자가 되지만 실패하면 ‘기본도 모르는 감독’이라는 비난을 받는 게 프로야구다. 모든 것은 결과가 말해 준다. 한화와 넥센(2008년 창단)은 최근 5시즌 동안 나란히 하위권에 머물렀다. 한화는 5-8-8-7-8위, 넥센은 7-6-7-8-6위였다. 최근 4시즌 동안은 돌아가며 꼴찌를 했다. ‘백전노장’ 김 감독이 이끄는 한화와 ‘백지 신인’ 염 감독이 이끄는 넥센. 누구의 성적이 더 좋을까. 내년 프로야구 볼 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

이승건 스포츠레저부 기자 why@donga.com
#프로야구#한화#넥센#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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