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당 공천뒷돈 의혹, 검찰 수사력 시험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30일 03시 00분


친노무현 인터넷 방송 라디오21의 전 대표 양경숙 씨가 3명에게서 40여억 원을 받은 공천뒷돈 의혹 사건이 민주통합당을 흔들고 있다. 현재로서는 어느 것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액수가 큰 데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와 친노 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어 대형 공천 비리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박 원내대표가 양 씨 및 민주당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한 돈 제공자 3명과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들은 민주당 비례대표 공천 심사 직전에 만나 식사를 같이했다. 박 원내대표와 양 씨는 4·11총선을 전후해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주고받았다. 양 씨와 돈 제공자들은 박 원내대표에게 500만 원씩 후원금을 냈다. 박 원내대표도 이런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양 씨에게 돈을 건넨 3명은 양 씨가 박 원내대표를 언급하며 공천을 약속했고, 자신들도 박 원내대표를 보고 양 씨에게 돈을 줬다고 한다. 돈 제공자 중 일부는 박 원내대표와 민주당 지도부 명의로 발신된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그 내용은 “비례대표 공천에 도움을 주겠다” “비례대표 ○○번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취지라고 한다. 박 원내대표는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양 씨가 혼자서 꾸민 일인지, 박 원내대표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는 검찰 수사로 가릴 수밖에 없다.

양 씨가 받은 돈은 라디오21을 소유한 사단법인 문화네트워크 계좌로 입금된 뒤 다른 곳으로 거의 모두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돈의 행방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정치권과 검찰 주변에는 총선 직전인 3월 말 ‘민주통합당’을 수취인으로 6000만 원을 송금한 명세와 친노 인사 다수에게 최대 억대까지 돈을 송금한 명세가 있다는 소문이 나돈다. 양 씨가 페이스북에 “모두 함께 죽자고?”라며 언급한 박, 최, 김, 임, 유 등 5명의 실명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어제 박 원내대표와 관련된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우 대변인이 박 원내대표의 개인 대변인인가. 주요 당직자의 비리 의혹이 불거졌으면 사실 확인을 위해 자체 진상조사에 들어가는 것이 올바른 자세다. 새누리당은 당 관계자의 비리 혐의가 나오면 제명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데 비해 민주당은 매번 소극적이고 방어적이다. 대선을 앞두고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칠지 모르겠다. 이번 사건은 대검 중앙수사부의 수사력을 시험하고 있다.
#사설#민주당#공천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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