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권형준]녹조로 식수위협 심각… 물값부터 현실화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권형준 K-water 경영관리실장 자원환경경제학 박사
권형준 K-water 경영관리실장 자원환경경제학 박사
한강 등 주요 하천에 있었던 조류의 과다 번식, 녹조에 대해 일부에서는 4대강 사업 때문이라는 주장도 내놓지만 이는 무리한 주장이다. 4대강 사업과 전혀 무관한 북한강에서는 녹조 현상이 심각했던 반면 4대강 사업이 진행된 남한강에서는 녹조 현상이 거의 없었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천의 녹조 현상은 계속되는 폭염으로 인한 높은 수온과 강수량 부족도 원인이겠지만 그보다는 우리가 버린 엄청난 양의 쓰레기와 쓰레기 적치장 등에서 나오는 침출수가 하천에 들어와 생기는 수질오염이 주요 원인이다. 가정 식당 공장 등에서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버린 하수 오수 폐수가 하천으로 흘러 들어간다. 도로변에 널브러진 폐타이어 찌꺼기가 빗물과 함께 녹아들고, 논과 밭에 살포한 유기비료를 포함한 엄청난 양의 농약도 흘러 들어간다. 정화시설을 충분히 갖추지 않은 축사에서 나오는 축산 찌꺼기도 종국에는 하천에 모이게 된다. 그렇게 녹조가 과다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을 충분히 예상해서 미리 대비했어야 할 당국의 정책적 무관심도 녹조 현상에 한몫을 하고 있다. 아울러 수질 수량 관리 기능의 이원화, 물 관리기관의 다원화로 인한 효율성 저하,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간의 물 관리 책임과 권한의 불분명 등 공공부문의 복잡한 물 관리체계 때문에 벌어지는 비효율 등도 녹조 현상을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투자재원 부족은 이런 현상을 부채질한다.

사실 심각한 녹조 현상으로 발생하는 문제인 먹는 물에서의 냄새 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고도정수처리시설의 설치가 불가피하다.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투자비와 운영비가 필요하다. 이 재원은 정부 재정이나 사용자가 부담하는 물값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교육 등 다양한 복지 수요가 늘어나면서 정부 재정엔 여유가 없다. 물을 제대로 관리하는 데 재원을 투입하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다.

결국 정부 재정의 여력이 많지 않은 까닭에 물값을 일정 부분 현실화해 재원을 마련하고 이를 고도처리시설의 설치와 운영 등에 사용함으로써 식수가 위협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주요 하천을 상수원으로 이용하는 광역상수도의 물값은 공공요금으로 관리되면서 물가안정정책에 부응해야 한다는 이유로 7년 동안 동결돼 원가회수율이 81% 수준이다. 한마디로 시설을 보강하고 제대로 운영할 수 없는 형편이다.

가구당 한 달에 500∼600원만 추가로 부담한다면 단기간에 식수 위협이라는 골치 아픈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데도 도대체 언제까지 정부와 물가 당국은 물가안정이라는 정책적 목표 때문에 물값 현실화에 소극적으로 행동할 것인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전기요금의 16분의 1 수준으로 매우 작은데도, 정부나 물가 당국이 광역상수도 물값 현실화에 소극적으로 대처한다. 그러는 동안 녹조 현상은 매년 되풀이되어 우리 주변의 하천은 식수로 이용하지 못하는 수준으로까지 전락해 가고 있다. 물가 당국의 빠른 결단이 필요하다.

권형준 K-water 경영관리실장 자원환경경제학 박사
#기고#권형준#녹조현상#물값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