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고선주]초등학교 저학년 女兒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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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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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선주 한국건강가정진흥원장
고선주 한국건강가정진흥원장
겨우 머리에서 지워질 만했는데 또 터졌다. 통영의 초등학생 아름이 살해 뉴스는 지난 몇 년간 온 국민을 경악하게 만들었던 나영이, 부산 사상구 여중생, 대구 달성군 초등생 등 일련의 악몽들을 다시 떠오르게 했다.

성폭력 범죄 12%가 주택가서 발생


2010년 기준으로 국내 아동 성폭력범죄는 평균적으로 하루에 3.2건 발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들의 경우 감소 추세에 있는데 우리는 증가 추세이기에 더욱 걱정스럽다. 최근 몇 년간 발생한 끔찍한 아동 성폭력 살해사건 피해자들의 공통점은 지역적으로는 도시 외곽 다세대주택이나 농촌, 나이대로는 초등학교 저학년 여자아이라는 데 있다.

초등학교 입학 전 아이들만 해도 부모와 함께 있거나 보육기관에서 유아원 교사 등 성인 보호자와 함께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되면 그 양상이 급격히 달라진다. 아이들의 활동공간은 넓어지는 반면 부모들은 보호의 끈을 서서히 풀게 되는 것이다.

방과후 어린이들이 보호자 없이 지내는 시간이 바로 범죄의 표적이 되는 시간대다. 대검찰청에서 발표한 2010년도 범죄 분석 자료에 따르면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폭력범죄 중 전체 1175건의 절반가량(51.2%)인 601건이 낮 12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 발생했다. 2011년 여성가족부의 ‘나 홀로 아동 안전현황조사’ 추정치에 따르면 방과후 활동을 끝내고 집에 갔을 때 하루 1시간 이상 홀로 또는 친구들끼리 지내는 ‘자기 보호 아동’이 전국 초등학생 328만 명 중 약 97만 명에 달했다. 그중 4분의 1은 5시간 이상 방치됐다.

역시 여성부의 ‘2010년 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이 있는 가족 중 자녀가 집에서 보호자 없이 혼자 보내는 비율이 고학년은 4.9%인 반면 저학년은 10.1%였다. 고학년에 비해 학원 교습을 덜 받는 저학년 아동들이 보호자 없이 방치되는 비율이 높은 것이다.

보호자 없는 초등생이 혼자서 돌아다니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주는 자료도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2010년 아동청소년 대상 신상정보 등록대상 범죄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13세 미만 아동 성폭력 범죄의 12.2%가 주택가 및 이면도로에서 발생해 ‘집’ 다음으로 많았다.

더욱이 보호자가 밤늦게까지 집에 없는 경우에는 말할 것도 없다. 이번 통영 초등생 아름이도 배를 곯고 길거리를 배회하던 아이였다. 아름이 아버지는 일용직 건설노동자였고 새엄마는 한 달 전 가출했다. 쌀이 없어 굶을 정도로 빈곤하진 않았지만 오랜 시간 홀로 방치돼 다른 어른들로부터 관심과 음식을 구하다 범죄자의 표적이 된 것이다.

저소득층 아이 안전감시 강화해야


최근 일련의 초등생 성폭력 범죄에 대한 대응으로 성범죄자 신상공개 소급 적용, 처벌 강화와 더불어 지역공동체를 활용한 지역안전망 구축이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저소득층 밀집지역처럼 경제적으로 열악한 공동체에서는 주민 대부분이 생업에 바빠 아동 안전에 대한 감시나 모니터링을 실천하기 어렵다. 또 주거비가 상대적으로 싸기 때문에 범죄자들 역시 이런 지역을 선호해 아동들이 이웃이 될 가능성이 높다. 농촌만 해도 아직은 공동체 의식이 남아 있어 감시기능이 있다 해도 인구가 줄면서 대중 교통수단도 줄어 아동들의 등하교 이동거리가 길어지고 범죄를 감시할 수 있는 어른들도 줄고 있다.

따라서 해법은 이런 모든 요인을 고려해 만들어져야 한다. 성범죄자 관리나 처벌을 강조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범죄의 목표물이 되고 있는 아동들에 대한 집중적인 관심이 우선돼야 한다.

고선주 한국건강가정진흥원장
#시론#고선주#아동 성폭행#아동 성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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