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민주화’ 맞장구 거부한 김문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8일 03시 00분


국내외 경제가 저(低)성장 국면에 본격적으로 접어들었지만 대부분의 여야 대선 주자들은 이를 헤쳐나갈 해법(解法)에 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 대신 경제성장이 일부 부유층과 대기업에 부(富)를 몰아주었다고 지적하면서 불평등 해소를 위한 경제민주화를 핵심공약으로 제시했다. 성장에 대해 언급하는 경우에도 구색을 갖추기 위한 알맹이 없는 레토릭(수사·修辭) 수준이다. 무상복지의 현실성을 의심받자 ‘성장’을 슬쩍 얹어놓는 식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은 대선 출마 선언문에서 “효율성을 지나치게 강조해 경제주체 간 격차가 벌어지고 불균형이 심화됐다”고 진단했다. 경제문제 해법과 관련해 박 의원은 ‘대기업에 대한 단호한 법 집행’을 앞세웠다. 김태호 의원은 ‘경제적 약자 보호, 강자 견제’를 내세웠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의원은 “경제성장의 과실(果實)을 일부 부유층과 대기업이 독점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주자들은 ‘민주적이고 공정한 시장경제’(문재인), ‘나눔 경제’(김두관), ‘공동체 중심의 경제민주화’(손학규), ‘재벌 개혁’(정세균) 등 용어는 조금씩 다르지만 순환출자 제한, 출자총액제한 부활 등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정치권 움직임에 불안을 느낀 30대 대기업의 인사·노무담당 임원들이 어제 정치권을 향한 시위성 모임을 가졌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어제 중견언론인모임 관훈클럽이 초청한 대선주자 토론회에서 “성장률 둔화에 맞서기 위해 기업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투자 유치와 일자리 창출을 막는 규제를 풀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또 “경제민주화를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그것이 대기업 때리기라면 반대한다. 일자리를 만들고 수출하는 것은 기업이다. 대기업을 때린다고 일자리가 나오느냐”고 반문했다. 대기업 때리기를 경제민주화의 핵심으로 내세우는 다른 주자와 시각이 차별된다.

지난해 한국은 경제규모 세계 15위, 수출 7위였지만 선진국이 되기까지는 가야 할 길이 멀다. 현재의 글로벌 경제위기는 일시적인 경기순환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 추세로 굳어질 조짐을 보인다.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여 저성장을 탈출해야만 장기 침체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지나친 규제 일변도의 ‘경제민주화’는 성장 엔진을 옥죌 가능성이 크다. 먹고살 게 있어야 경제민주화도, 복지 확대도 가능하다. 선거를 의식해 기업 때리기 경쟁이나 벌이는 지도자로는 민생(民生)의 미래가 불안하다.
#경제민주화#김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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