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문수]일부 고소득 전문직 탈세 유감… 성실납세로 공정사회 앞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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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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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국세청 차장
김문수 국세청 차장
최근 서울 강남의 한 병원장이 현금 수입금액의 탈루소득을 자신의 집 장롱과 베란다, 책상 등에 숨겨 놓았다가 적발됐다. 숨겨 놓은 금액이 5만 원권 현금 다발로 무려 24억 원이나 됐다. 조사 공무원도 발견한 현금의 규모에 아연실색했지만 보도를 통해 이 사실을 접한 성실납세자와 근로소득자의 상대적 박탈감과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의사와 변호사 등 소위 ‘사’자로 지칭되는 직업군은 고도의 전문지식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전문직으로 불린다. 국가가 일정한 자질이 있는 사람을 뽑아 특정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 직업이다. 이들은 이런 자격을 통해 사회적인 안정과 고소득을 보장받는다.

공동체로부터 경제적 사회적 안정을 보장받았다는 점에서 전문직 계층은 공동체에 대한 책임과 모범을 보여야 할 사회 지도층이라고도 불린다. 공동체를 위한 세금은 사회적 책임의 근본이다. 대부분의 전문직 사업자는 열심히 일하고 연간 몇억 원의 세금을 성실히 납부해 나라 살림에 기여한다. 벽지 의료봉사와 무료 법률상담 등 봉사활동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전문직 사업자도 많다.

그러나 일부 의사와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 사업자가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안정된 수입을 올리면서도 세금을 빼돌려 재산 증식에 몰두했다는 사실은 국민적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국세청은 그동안 고소득 전문직과 근로소득자 간의 세 부담 불형평을 시정하고 고소득 전문직의 고질적 탈세행위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 왔다. 고소득 전문직의 수입이 자동으로 노출되는 과세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변호사와 의사 등 전문직의 건당 30만 원 이상 거래에 대해 현금영수증 발급을 의무화했다. 또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한 의사의 과세자료와 법원행정처의 변호사 소송관련 자료 등을 수집해 세무조사 때 탈세 혐의 분석에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고소득 전문직 사업자의 성실신고 수준은 아직도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세금을 탈루하고 수십억 원의 현금다발을 집에 쌓아놓은 병원장이나 일반 회사원이 받는 연봉의 몇 배에 이르는 수억 원을 추징당하는 변호사와 회계사를 바라보는 성실납세자들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제도나 정책으로 고소득 전문직의 탈세를 근절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전문직 스스로의 납세의식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고소득 전문직의 탈세는 개인의 부도덕성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근로소득자와 성실납세자들이 ‘성실히 세금을 내는 사람만 억울하다’라는 허탈감을 갖게 할 수 있다. 이런 일이 계속된다면 전문직 사업자에 대한 불신을 넘어 세정의 공정성 자체에 불신을 갖게 될 것이다.

국민의 성실신고와 과세당국의 공정한 세정 운영은 공정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전제다. 사회 지도층으로 불리는 전문직 사업자들이 사회적 지위에 걸맞은 책임을 다하고 성실신고를 통해 국민적 모범을 보일 때 공정사회를 향해 순항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김문수 국세청 차장
#기고#김문수#세금#고소득 전문직 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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