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법관·헌법재판관의 국가관 전문성 인적 다양성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일 03시 00분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다음 달 10일 임기 만료로 공석이 되는 대법관 4인의 후임 후보자 13명의 명단을 어제 발표했다. 현직 판사 9명, 검사 3명 등 현직 법조인 12명 외에 외부 인사로는 서울대 법대 교수(사법시험 출신) 1명이 포함됐다. 고려대 성균관대 경북대 충남대 등 비(非)서울대 출신은 4명이었다. 그러나 여성이 한 명도 포함되지 않은 것은 시대 변화를 외면한 처사다.

현재 14명의 대법관 중 13명이 서울대 법대 출신의 남성 법조인이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학교를 다니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평생을 한 조직에서만 일한 50대 중후반의 남성들이 사회의 다양한 가치를 충분히 반영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무리다. 법적 분쟁에서 법령의 보편타당한 해석을 내리기 위해서도 인적 다양성의 확보는 중요하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판결에서 사회적 다양성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판사 출신 이외의 법조인들도 대법관으로 뽑아야 한다’는 응답이 58.9%나 나왔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수일 내 청와대와 사전 협의 절차를 거쳐 4명의 최종 후보자를 이명박 대통령에게 제청하고 이 대통령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법관을 임명한다. 헌법재판소도 현재 한 명이 공석 상태이고 9월에는 헌법재판관 4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헌법과 법률의 수호자다.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은 무엇보다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갖추고, 헌법적 가치의 실현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라야 한다.

지난해 7월 조대현 헌법재판관 퇴임 이후 11개월째 후임자를 정하지 못한 헌법재판소의 공백사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심판정족수가 7인이니 헌법재판 자체를 열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 재판관의 판단에 따라 위헌과 합헌의 결정이 갈릴 수 있는 미묘한 사안에 대해서는 결정을 내리지 못해 900건 이상의 선고가 미뤄지고 있다.

민주통합당이 추천했던 조용환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은 직접 보지 않아 확신할 수 없다”고 말해 국가관과 안보관을 의심받았고 결국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이 부결됐다. 위헌법률심판 정당해산심판 등 국가 중대사를 다룰 헌법재판관의 국가관 안보관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헌법재판관 임명 절차가 차질을 빚으면 정치일정을 고려할 때 자칫 헌재의 기능정지 사태도 우려되고 있다. 국회는 대법관의 검증과 헌법재판관의 임명 절차를 기일 내에 마치는 데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대법관#헌법재판관#전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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