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광형]한국 인터넷 30년의 명암과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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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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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형 KAIST 과학저널리즘대학원 미래산업 석좌교수
이광형 KAIST 과학저널리즘대학원 미래산업 석좌교수
1982년 5월 한국에서 처음으로 인터넷 연결에 성공한 이후 30년이 지났다. 30년 동안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거의 모든 사회 요소들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재편됐다. 이제는 인터넷이 없으면 하루도 사회가 운영될 수 없고 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국내 인터넷 이용 인구는 3718만 명, 총인구의 약 78%다.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지는 경제 규모는 86조 원이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손쉽게 얻고 있으며, 매일 새로운 뉴스를 신속하게 접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e메일도 주고받는다.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순식간에 세계로 퍼져서 지구촌의 많은 사람이 거의 동일한 정보를 접하며 살고 있다. 먼 나라에서 생성되는 학술 정보도 거의 동시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의 인터넷 성장을 보면 진정으로 한국은 인터넷 기술의 수혜국이라 할 만하다. 인터넷 기술을 적시에 적절히 활용했기에 인터넷 경제를 일으켰고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정부를 구축했다. 인터넷 뱅킹과 인터넷 주식거래 비율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이 정보기술(IT) 선진국이라는 칭호도 따지고 보면 인터넷 선진국이란 말이다.

인터넷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의 단점이 장점으로 바뀌기도 했다. ‘좁은 국토’ 덕분에 초고속 통신망을 다른 나라보다 먼저 구축할 수 있었다. ‘냄비 근성’ 국민성 때문에 너도나도 앞다퉈 인터넷 경제를 일으켰다. 그동안 우리의 단점이라고 비하하던 것들이 장점으로 발휘될 수 있었던 것은 인터넷의 큰 선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빛이 강하면 그늘도 짙은 법이다. 다른 나라보다 인터넷이 먼저 활성화되다 보니 부작용도 더 빨리 더 많이 경험하고 있다. 인터넷은 사생활 보호에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순식간에 많은 개인정보가 유출돼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소위 ‘악플’이라는 나쁜 댓글이 난무하면서 피해자를 만들고 있다. 저작권 보호가 제대로 되지 않아 창의적인 문화 예술 활동에 큰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또한 뉴스 기사의 저작권이 보호되지 않아 뉴스 생산 산업의 위기를 몰고 왔다.

앞으로 인터넷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 속에서 계속 발전할 것이다. 미래 인터넷은 크게 세 가지 숙제를 안고 있다. 첫 번째는 대용량의 정보를 초고속으로 전송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1982년 만들어진 현재 인터넷의 통신 프로토콜을 개편해야 한다. 프로토콜은 도로의 운행 규칙과 같은 것이다. 고속도로에는 국도와 다른 운행 규칙이 있어야 소통이 빨라진다. 두 번째는 보안이다. 현재 인터넷을 통해 전송되는 정보는 보안이 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얼마든지 훔쳐 볼 수 있다. e메일을 보내면 중간에 없어지는 일이 가끔 있다. 미래 인터넷은 사용자가 신뢰할 수 있는 통신 수단이 돼야 한다. 세 번째는 무선 인터넷이다.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초고속 무선 인터넷 프로토콜이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 유선 통신과 비슷한 속도와 용량을 갖는 무선 인터넷 기술의 개발은 블루오션으로 남아 있다.

미래 인터넷 기술은 앞으로 갈 길이 많이 있다. 그것은 우리나라처럼 인터넷 강국에는 새로운 도전이고 기회가 있다는 말이다. 대한민국은 지난 30년간 인터넷 사회를 앞장서 개척해 왔다. 다음 30년도 미래 인터넷 기술을 개발해 세계 인터넷을 선도할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단점으로 생각하던 ‘좁은 국토’와 ‘냄비 근성’이 있기 때문이다. 단기간에 신기술을 전 국토에 적용해 볼 수 있고, 성질 급한 한국 사람들은 신기술을 재빨리 이용해 보려 할 것이다.

이광형 KAIST 과학저널리즘대학원 미래산업 석좌교수
#인터넷#인터넷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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