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윤원철]전기료 인상 때 용도별 형평성도 고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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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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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원철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윤원철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작년 12월 전기요금 인상 때 정부 자료에 따르면 적정 이윤을 포함한 생산원가 대비 전기요금 비율인 원가회수율은 94.4%였다. 전기를 생산하는 데 100원이 들지만 한국전력이 94원에 팔다 보니 전기를 팔 때마다 6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이렇다 보니 전기요금을 최소한 생산원가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돼 왔다. 하지만 정부는 물가 안정과 서민 부담 완화를 이유로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해 왔고, 한전은 불과 9개월 사이에 세 번째 전기요금 인상을 요구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고 있다.

정부의 견해대로 전기요금을 올리는 것이 능사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한전의 재무구조를 정상화시키고 낭비적인 전기소비 행태를 바꾸려면 전기요금 현실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작년 9·15 정전사태를 경험하면서 효과적인 수요관리와 신규 발전설비 확충을 위해 전기요금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주택용, 일반용, 산업용, 농사용, 가로등, 교육용 등 용도에 따라, 그리고 각종 정책적 고려에 따라 요금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작년 두 차례에 걸쳐 12.6% 인상됐다. 나머지 용도의 전기요금이 한 자릿수 인상 내지 동결된 것과 대조적이다. 작년 전기요금 인상 시 정부가 발표했던 원가회수율 또한 산업용이 일반용 다음으로 높았다.

그럼에도 이번 전기요금 인상에서 전력 소비가 많은 산업용을 대폭 인상하겠다는 것이 한전의 입장이다. 이유는 산업용이 주택용과 일반용에 비해 여전히 싸고 원가회수율 또한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산업부문은 경제적 파급효과가 덜하고, 요즘 유행하는 것처럼 대기업의 고통 분담 차원에서 산업용이 도마에 다시 올랐다는 해석도 있다.

실제로 산업용 전기요금은 주택용과 일반용에 비해 절대 수준에서 낮지만 한전도 인정하듯 생산원가 또한 낮다. 따라서 전기요금 수준 자체보다 원가회수율을 비교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 정부와 한전이 제시하는 원가회수율이 들쭉날쭉해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 작년 요금 인상 시 정부가 제시했던 산업용 원가회수율은 94.4%였지만 이번 한전 발표에선 87.5%로 낮아졌다. 주택용은 86.4%에서 88.3%로 높아졌고, 일반용은 94.9%에서 92.6%로 낮아졌다. 교육용과 농사용의 원가회수율도 일관성이 없다. 반년이 못 돼 용도별로 원가 구조가 이렇게 변화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이제는 우리 기업들도 물가 안정과 수출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전기요금 현실화를 반대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기업이 한전의 자의적인 요금 인상 요청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문제가 있다. 더욱이 다른 부문과의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은 산업용 전기요금의 과도한 인상에 대해서는 분명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단순히 기업의 사욕 때문이 아니라 적정한 비용으로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판매할 사회적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이 오른 만큼 소비자에게 떠넘길 수도 있겠지만 소비자가 이런 도덕적 해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전기요금 인상은 정부의 정책적 결정이라고 강변하기에는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 한전은 비용을 지불할 기업이 납득할 만한 기준과 산정결과를 제시해야 한다. 더 나아가 전기요금이 어떻게 변동할지에 대한 원칙과 방향을 제시해 기업으로 하여금 미래에 발생할 비용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장이 없는 상황에서 독점판매자로서의 역할이 강조되는 부분이다. 전기요금 인상의 최종 승인자로서 정부는 소비자를 대신해 전기 생산 원가가 적정하지, 한전의 자구 노력이 충분한지 반드시 검증해야 할 것이다.

윤원철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기고#운원철#전가료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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