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계 7번째 ‘20-50클럽’ 국가의 國格을 생각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9일 03시 00분


1인당 소득 2만 달러(20K·K는 1000을 의미함), 인구 5000만 명(50M·M은 100만이라는 뜻) 이상의 강국을 ‘20-50클럽’이라고 부른다. 현재 이 클럽에 든 나라는 일본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영국 등 6개다. 다음 달 한국 인구가 5000만 명을 돌파해 ‘20-50클럽’ 요건을 갖추게 된다. 우리가 선진 강국에 진입했다는 분명한 신호다. 이미 한국은 세계에서 국내총생산(GDP) 15위, 수출 7위의 나라다.

1인당 소득이 우리보다 높은 나라는 많지만 도시국가 비슷한 나라를 강대국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호주 캐나다는 인구가 모자라 20-50클럽에 들 가능성이 거의 없다. 중국 러시아 인도는 1인당 소득이 한참 못 미친다. 선진화와도 거리가 있다. 한국이 20-50클럽에 7번째로 가입한 이후 새로운 20-50 국가가 나타날 가능성은 당분간 없어 보인다.

광복 직후 최빈국이던 한국이 이룬 성취는 ‘한강의 기적’으로 불린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기록했고,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올라선 유일한 사례다. 민주화도 이뤄냈다.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한국인 특유의 강한 성취동기, 위기에 굴하지 않는 도전정신 등이 원동력이다.

20-50클럽 국가의 위상을 유지하자면 무엇보다 성장동력 확보와 저출산 극복이 요구된다. ‘20년 뒤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1%로 떨어진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고가 최근 나왔다. 고령화에 따른 경제활동인구 감소가 가장 큰 위협이다. 여성의 경제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보육서비스 질 향상 등 출산과 육아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절실하다. 사회적 정년도 연장될 필요가 있다. 신(新)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요구된다. 복지 수요가 커지겠지만 지속가능하도록 통제해야 한다. 북한 요인 관리와 안보 확보도 탄탄히 챙겨야 할 변수다.

인구와 산업의 발전, 군사력을 고려하면 캐나다를 빼고 한국이 ‘G7’에 들어가야 한다는 말도 나오지만 사실 한국은 국제정치적 위상에서 G20에 겨우 드는 정도다. 국제사회에서 더 큰 책임과 역할을 감당하자면 한국 사회 내부의 질적 도약을 이뤄 국격(國格)을 높이는 일이 중요한 과제다. 툭 하면 경제의 발목이나 잡는 정치, 격차와 차별과 소외에 무감각하고 부패와 특권이 여전히 힘을 쓰는 사회, 아직도 선진국에 이르지 못하는 국민의식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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