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철수, 김두관 문재인 넘어 결승전 가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6일 03시 00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춘추관장을 지낸 유민영 씨를 언론 담당 창구역으로 임명했다. 유 씨는 지난해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 캠프에서 메시지 담당으로 일했다. 유 씨의 이력을 보면 안 원장의 ‘정무적 대변인’ 역할을 맡은 것으로 보인다. 안 원장이 안철수재단 일만 한다면 유 씨 같은 대변인은 필요 없을 것이다.

안 원장은 아직 대통령선거 출마의 뜻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유 씨의 대변인 임명으로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예고했다. 지난 총선 이후 첫 외부 강연인 30일 부산대 강연에서 정치 참여와 관련해 진전된 메시지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안철수 현상’은 이제 단순한 바람이 아니다. 민주통합당 내부에서 손학규 전 대표와 문재인 고문, 김두관 경남지사 등이 1라운드를 벌여 이긴 승자가 안 원장과 최종 후보를 겨루는 2단계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이자 군 최고통수권자로서 5000만 국민의 안위(安危)를 책임져야 한다. 안 원장이 최고의 공인(公人)인 대통령 직을 준비하고 있다면 민감한 국정 현안에 대해 분명한 소신을 밝힐 필요가 있다. 안 원장의 부친을 통한 전언(傳言)이긴 하지만 안 원장은 최근 “요즘 빨갱이가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순진한 인식이다. 통합진보당 주사파의 종북(從北) 행태가 국민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지 않은가. 안 원장은 그동안 천안함 연평도 사태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주요 국정 현안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 탈북자 문제에 대해서는 “인권과 사회적 약자 보호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라고 말했지만 북한의 3대 세습이나 통진당의 종북과 관련해서는 분명한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안 원장은 영화 ‘더 컨텐더’를 본 소감에서 “사생활은 지도자의 검증 대상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말을 인용했다. 하지만 국가 최고지도자가 되려면 사생활 검증은 피할 수 없다. 미국 대선에선 후보의 학창 시절 마리화나 흡연 여부까지 논란이 된다.

안 원장은 야권이 결국 자신을 ‘꽃가마’에 태울 것으로 기대하고 있을지 모른다. 현재 지지율로 보면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맞설 만한 야권 주자가 자신밖에 없다고 판단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다음 달 19일이면 대선이 불과 6개월 앞이다. 안 원장의 정공법을 멀리하고 현실에 대한 즉답을 회피하는 태도를 국민은 더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사설#대선#안철수#문재인#김두관#민주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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