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일리애나 로스레티넌]북한판 ‘어둠의 심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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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애나 로스레티넌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
일리애나 로스레티넌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
대대적인 축하 분위기를 조성하며 실시한 뻔뻔스러운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최대의 충격 효과를 겨냥한 북한 정권의 작품이다. 평양이 호전적인 행위를 통해 실제적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허세에 불과한 군사적 위용이 각광받는 모습을 즐기는 동안 폐쇄된 국가 주민들의 삶에 드리운 어둠의 망토는 더 넓게 펼쳐졌다.

평양 정치범수용소에 15만명 수용

미국 워싱턴에서 최근 열린 북한 인권 관련 토론회에서 많은 전문가는 최소한 15만 명이 수용된 평양의 정치범수용소를 나치가 운영한 죽음의 수용소와 견주었다. 범죄 의혹만 갖고도 3대를 처벌하기 때문에 수용소 안에는 수많은 노인과 어린아이로 가득 차 있다. 중국인의 아이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낙태를 강요했다는 보고 내용은 야만성의 극치를 잘 보여준다.

탈북자와 다른 목격자들의 수많은 증언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중국이라는 강력한 동맹에 의지하면서 잘 버티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생존에 필요한 경제적 지원과 정치적 후원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끔찍한 가난과 정치적 탄압을 피해 목숨 걸고 북한을 탈출한 탈북자들을 다시 북한으로 강제 송환하는 중국은 마땅히 비난받을 만하다. 베이징은 지난해 12월 김정일 사망 이후 매일 30명에 이르는 난민을 북한에 송환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접경지역의 한 중국 지방 관리는 일본 신문에 “북한으로 돌려보내지는 탈북자들의 삶은 끝장난다. 우리가 그걸 무시할 수는 없다”고 처음으로 시인했다.

많은 한국인은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이 서울의 주한 중국대사관 정문 앞에서 단식 투쟁을 시작한 이후 탈북자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깨달았다. 대사관 앞에서 이어지는 촛불시위는 이제 세계적인 주목을 끌고 있는 난민 이슈가 됐다.

한국, 미국, 세계의 자유인들이 이런 문제에 대한 진상을 밝히기로 작정하고 나서면 ‘어둠의 심연’(Heart of Darkness·영국의 소설가 조지프 콘래드의 책 제목)을 통치하는 정권이라도 한 줄기 빛이 새어 나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미국 하원이 결의한 ‘북한인권법 재승인법’을 대표 발의했던 나의 의도는 평양의 인권 침해와 탈북자 문제를 미국 외교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제기하기 위한 것이다. 북한 내부로 라디오 방송을 송출하기 위한 재정적 지원, 탈북자의 신속한 정착, 탈북자 지원단체에 대한 인도적 지원 등이 이 법의 핵심 요소다. 이 법은 또한 중국에 대해 강제 송환된 탈북자의 소재를 확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탈북자 문제로 평양과 협상을 진행할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업무 연장도 요구하고 있다.

지난 역사에서 알 수 있듯이 북한과의 협상은 종종 헛수고로 귀결된다. 이런 사실은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그랬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북한 간의 실패한 ‘윤일 합의’(Leap Day·2월 29일 베이징 북-미합의)는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한국의 속담을 떠올리게 한다. 미국 속담을 인용하자면 ‘쳐다보지도 않고 뛰다가 벽에 부닥친 꼴’이다.

중국은 탈북자 강제북송 중단해야

최근 협의 실패를 계기로 나는 미국과 한국이 대선을 치르는 올해엔 북한과의 어떤 대화도 재개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만약 북한이 선의를 갖고 협상테이블로 돌아온다 해도 반드시 검증 가능한 진척 상황을 요구해야 한다. 우리는 북한 정권이 곧바로 저버리는 잘못된 합의를 만들지 않을 것이다. 또 책임 있는 국가들은 이런 무자비한 통치자를 지탱시키는 바보 같은 짓을 이제 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중국이 정치범수용소로 향하게 될 탈북자의 강제 북송을 끝내야 할 때다. 또 미국과 한국은 북한 인권을 지지하고 가능한 한 많은 탈북자를 구하는 정책을 수립할 때다. 지금은 ‘어둠이 사라지게 할 시간’인 것이다.

일리애나 로스레티넌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
#미사일#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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