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봉주 특사도, 정봉주法도 턱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일 03시 00분


민주통합당이 ‘정봉주 구명위원회’를 열고 28일 부처님오신날에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한 특별사면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현 정부 들어 부처님오신날 사면은 한 적이 없으며 현재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정 전 의원은 사면심사위원회가 내부적으로 정하고 있는 최소한의 복역기간(형기 3분의 2)을 채우지 못해 부처님오신날 특별사면을 실시하더라도 대상이 될 수 없다. 사면심사위원회는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을 막으려고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이 국회 다수당이었던 2007년 말 사면법 개정을 통해 신설했다. 이런 민주당이 현 정부에 빨리 사면권을 행사하라고 압박하고 있으니 앞뒤가 안 맞는다.

민주당은 또 ‘정봉주법’으로 불리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18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을 경우 6월 개원하는 19대 국회에서 우선 입법과제로 추진하기로 했다. 허위사실 유포의 면책 범위를 확대하는 ‘정봉주법’은 ‘법 개정 전에 확정 판결을 받은 사람도 형 집행을 면제한다’는 부칙을 달고 있다. 정 전 의원 개인을 염두에 둔 부칙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정 전 의원에 대한 사면 요구는 그가 진행자로 있었던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가 발동을 걸었다. ‘나꼼수’는 올해 3·1절에 그에 대한 특사를 요구하더니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다시 민주당에 압력을 넣었다. 민주당은 정 전 의원 지역구에 공천한 나꼼수 진행자 김용민 씨의 외설 막말 파동으로 총선에서 패배하고도 나꼼수를 의식해 정 전 의원 사면을 요구하고 있다. 아직도 민심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모양이다.

정 전 의원이 BBK 의혹 제기와 관련해 처벌받은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해서가 아니라 허위 사실을 유포함으로써 유권자의 판단을 흐려놓았기 때문이다. 허위사실 유포를 처벌하는 목적은 선거의 공정한 관리를 위해서다. 공직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설령 나중에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재판 시점에서 이를 증명할 수 없다면 책임을 물어야 공정한 선거가 이뤄질 수 있다.

멀리 이회창 씨에 대한 ‘병풍’ 공세부터 얼마 전 나경원 전 의원에 대한 ‘1억 원 피부과 출입설’까지 허위사실 유포가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처벌은 사후적이거나 미약해 제재 효과가 떨어진다. 허위사실 유포는 ‘정봉주법’처럼 면책의 범위를 넓힐 것이 아니라 ‘나경원법’처럼 오히려 가중 처벌해야 한다. 정부는 정 전 의원이 올해 12월까지의 형기를 다 채우게 함으로써 공직선거법을 제대로 집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사설#정봉주#민주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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