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정일 ‘영원한 총비서’는 가소로운 시대착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12일 03시 00분


북한은 어제 열린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일을 ‘영원한 총비서’로, 김정은을 ‘제1비서’로 추대했다. 1994년 사망한 김일성을 ‘영원한 주석’으로 올린 데 이어 김정일을 ‘영원한 총비서’로 받들어 ‘백두산 줄기’로 내려오는 30세 김정은의 3대 세습을 정당화했다. 67년째 세습 독재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김일성 일가의 우상화 놀음이다. 김정은 체제하에서 북한은 아무것도 달라질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김일성 왕조의 3대 집권 치하에서 2400만 북한 주민의 고통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17일 사망한 김정일은 17년간 북한 전체를 사실상의 수용소로 만들었다. 1990년대 중반에는 식량난으로 수많은 주민을 굶어 죽게 만들었다. 지금도 북한은 외부 세계에 식량을 구걸하는 깡통국가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을 생지옥으로 만든 책임을 져야 할 3대만 영화를 누리고 있다.

김정은이 노동당 최고위직에 오른 것은 김정일이 사망한 지 3개월 25일 만이다. 유례없이 신속한 권력 승계다. 김정일은 김일성 사망 후 3년상을 지낸 뒤 1997년 당 총비서직에 추대됐다. 김정은은 김정일을 김일성과 같은 ‘태양’의 반열에 올리면서도 아버지의 승계 일정을 흉내 내지 않고 자신의 최고 지도자 등극을 서둘렀다. 그만큼 권력기반이 불안하다는 뜻일 것이다. 선군(先軍)을 내세우는 국가에서 김정은이 국방위원장 자리를 물려받을지, 총비서처럼 아버지에게 바치는 직책으로 놓아둘지도 관심거리다.

북한은 김정은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세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장거리로켓 발사 카드를 꺼냈다. 북한은 어제 장거리로켓에 연료 주입을 시작했다고 발표해 김일성의 100번째 생일인 15일 이전에 로켓을 발사할 가능성이 커졌다. 북한 관영매체는 선군정치를 강조하면서 김정일이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권력을 세습한 김정은이 김일성과 김정일이 시작한 핵무장 도발을 이어가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다.

북한은 대를 이어가며 시대착오적인 행보를 지속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압력 속에서 북한의 독재체제가 오래 버티기는 어려울 것이다. 김정은이 끝내 장거리로켓을 발사하면 중국도 찬성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874호를 위반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국제사회의 제재로 북한 주민의 생활이 더 팍팍해지면 머지않아 김정은 체제도 북아프리카나 중동의 독재자들 같은 운명을 피하지 못 할 것이다.
#사설#북한#김정일#김정은#김일성#북한3대세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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