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박용]뉴미디어 스나이퍼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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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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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 산업부 기자
박용 산업부 기자
대기업 계열 A사의 B 대표는 얼마 전 한 포털 사이트의 지식검색에서 ‘보이지 않는 적(敵)’과 싸워야 했다. 지식검색에 회사 관련 질의응답이 하루에 많게는 1000여 건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내용은 대개 비슷했다. 누군가가 ‘A사 서비스가 어떠냐’고 물으면, 다른 사람이 ‘A사가 해당 업계 최고이긴 하지만 C사 서비스가 더 좋다’는 식으로 답했다. ID도 누군가의 개인정보를 도용해 무작위로 개설한 것처럼 비슷했다. 게다가 C사는 아직 서비스를 시작하지도 않았다.

B 대표는 “후발 주자인 C사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지식검색을 의도적으로 조작하고 있다는 의심이 들었지만 입증할 수 없었다”며 “뉴미디어 시대에는 누군가 특정 회사의 평판이나 이슈에 대한 여론을 조작하고 지식을 왜곡할 수도 있다는 한계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뉴미디어의 시대는 많은 것을 바꿔 놨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힘없는 개인의 의견이 지배적인 여론이 되고, 지식이 될 수 있는 세상을 열었다. 독립된 개인 의견의 평균이 소수 전문가의 의견보다 정확할 수 있다는 ‘군중의 지혜 효과’에 대한 믿음과 기대도 커졌다.

동시에 군중의 지혜를 위협하는 보이지 않는 적도 등장했다. B 대표가 경험한 것처럼 뉴미디어의 힘을 이용해 특정 목표를 정교하게 저격하는 악의적인 ‘뉴미디어 스나이퍼’가 대표적이다. 뉴미디어와 강력해진 개인의 힘이 잘못된 방향으로 흐를 때 군중의 지혜는 무력하다. 소수의 선동에 따라 군중의 지혜가 군중 심리와 쏠림 현상(herding effect)으로 이어진다면 민주주의는 뒷걸음질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11일 치러진 19대 국회의원 선거는 결과에 대한 정치적 평가와는 별개의 문제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할 만하다. 이번 총선은 SNS의 활용이 합법화된 최초의 선거로 정치사의 새 장을 열었다. 정치권은 SNS 활동을 후보 공천에 반영했고, 막대한 정보를 분석해 얻은 의미 있는 정보로 민심을 읽는 ‘빅 데이터’ 선거 실험도 진행했다. 수많은 개인의 의견이 담긴 SNS는 여론의 풍향을 재는 바로미터였다.

하지만 인터넷, 모바일, SNS 등 뉴미디어 공간에서 특정 후보를 음해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괴담을 퍼뜨리는 ‘뉴미디어 스나이퍼’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일각에서는 뉴미디어 여론에 부응해 선심성 공약을 쏟아내는 정치권의 ‘디지털 포퓰리즘’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뉴미디어 스나이퍼’의 공격을 막아내는 해법은 뉴미디어 본연의 기능인 ‘소통’에 있다. 군중의 지혜와 집단지성은 다양한 의견이 소통하고 특정인의 의견이 여론을 지배하지 않을 때 나온다. 지난해 유럽의 한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서도 다른 사람의 의견과 같은 사회적 영향에 지나치게 노출될 때 군중의 지혜가 군중 심리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이 실험을 통해 입증됐다.

컴퓨터를 열고 트위터나 페이스북 친구의 면면을 따져보자. 친구 관계에 쏠림은 없을까. SK마케팅앤컴퍼니와 김용찬 연세대 교수팀이 1500명의 SNS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4%는 ‘나와 비슷한 생각이나 의견을 주로 듣는다’고 답했다. ‘뉴미디어 스나이퍼’는 이런 약점을 파고든다. 이들의 제물이 되지 않으려면 생각이 다른 사람에 대한 마음의 벽부터 허물어야 한다. 게다가 국민적 선택인 12월 대선도 8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박용 산업부 기자 parky@donga.com
#뉴스룸#박용#총선#뉴미디어#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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