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림일]北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후보자 40%가 인민군 장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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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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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일 탈북작가
림일 탈북작가
남한에 와서 맞는 네 번째 국회의원 선거다. 이제 15년차 서울사람이니 당연한 주권 행사로 여기지만 이번엔 탈북자들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도 탄생할 예정이어서 마음이 더욱 설렌다. 유권자가 자신의 정치적 권리를 행사하는 선거야말로 민주주의의 꽃이 아닐까.

남한에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면 북한에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가 있다. 인원은 남한 국회의원(300명)의 2배가 넘는 687명이고 임기는 5년이다. 노동당이 공천하는 후보자 비율은 중앙 간부 30%, 지방 일꾼 20%이며 형식상 노동자 농민 몇몇도 포함된다. 놀라운 것은 40%가 인민군 장성들이다. 이는 군인이 국가를 이끄는 선군정치의 징표이자 ‘노동자 농민이 주인’이라는 북한사회가 실제론 ‘간부가 주인’임을 증명하는 사례다.

선거장 주변엔 인공기와 풍선, 오색기가 상공에 펄럭이고 스피커에서 혁명가요가 끊임없이 나온다. 음악에 맞춰 유권자들이 가무로 흥을 돋운다. 선거벽보판에 붙은 후보자는 단 한 명, 물론 공약도 없다. 누구와 비교할 것도 없고 어느 후보를 찍을까 하는 고민도 없다.

투표소 입구에 들어서면 안전원(경찰)이 신분증을 확인하고, 선거관리원이 투표요령을 알려주며 ‘선거표’(투표용지)를 준다. 빳빳한 초록색 용지에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표’라는 빨간색 글자가 선명하게 쓰여 있다. 뒷면은 백지다.

기표장에 들어서면 투표함 뒤에는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가 걸려 있고 앞에는 선거관리원이 앉아 있다. 김일성 부자 사진에 정중한 자세로 인사를 하고 투표함에 양손을 모아 ‘선거표’를 넣는다. 뒤에서는 김 부자가, 앞에서는 보위부(남한의 국가정보원) 임무를 받은 선거관리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하는 공개 투표다.

남한처럼 부재자 투표도 없고 선거에 불참하는 사람도 없다. 오히려 남보다 먼저 나가 투표할수록 당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당국의 통제로 세상 밖을 전혀 모르고 사는 북한 주민들은 일상생활에서 의식주보다 정치행사를 중요시하며 평생 각 계층의 정치조직에 가입돼 있다. 유치원 시절 김일성 사상을 배우는 어린이들은 10세부터 소년단에, 17세부터 청년동맹에 소속된다. 성인이 되면 직업·농업·여성동맹 등에 의무적으로 가입한다. 노동당 산하 이들 조직에서 독보회, 수요학습, 금요강연, 토요총화 등에 참석해 자신을 반성하고 타인을 비판한다.

북한 주민에게 사상 평가와도 같은 중요 정치행사인 선거에 불참이란 있을 수 없다. 노동당이 임명한 후보자 투표는 곧 수령에 대한 충성심이기에 누구나 투표에 적극 참여한다. 그래서 북한의 대의원 선거는 유권자 100% 참가, 100% 투표, 100% 찬성이다. 세상의 웃음거리인 이런 선거를 굳이 하는 이유가 있다. 이른바 ‘민주주의적 중앙집권제’라는 허울뿐인 이름 아래 정치에 인민들의 의사를 반영하고 민주주의제도와 원칙에 따라 운영하는 것처럼 대내외에 선전하기 위해서다.

림일 탈북작가
#기고#총선#북한선거#대의원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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