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병욱]마이스터高 정착 위해 ‘경력개발시스템’ 구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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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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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욱 충남대 사범대 교수
이병욱 충남대 사범대 교수
최근 고졸 채용 확산 바람이 불면서 마이스터고를 비롯한 특성화고 교육과 졸업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청년실업률이 높아지고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의 기회를 얻기가 힘들어지자 일찌감치 직업교육으로 눈을 돌리는 학생이 증가하는 것도 마이스터고의 인기가 높아지는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학생 개개인의 다양한 적성과 소질을 조기에 개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업의 인력난을 덜고 청년 고용을 늘릴 수 있다는 것 또한 마이스터고만이 갖는 장점이다. 이런 이유로 현재 많은 우수한 중학생이 마이스터고 입학을 희망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청소년의 직업교육 선택 비율이 약 50% 이상인 국가들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대부분 높고, 전체 실업률에 비해 24세 이하 청년실업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경향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학생들의 학교 교육에 대한 만족도와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 행복지수 또한 높은 편이다. 실제로 이들 국가에서는 단순히 직업교육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교육의 목표를 건전한 시민의 육성에 두고, 이를 위한 관련 능력 향상에 노력하고 있다. 또한 정부와 기업, 사업자 단체, 직업학교 등의 역할을 법으로 정하고, 기업들이 현장 훈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국가적으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체계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가 보통 선진국이라고 부르는 이들 국가는 직업교육과 훈련을 통한 노동자의 숙련 향상이 노동자의 지위는 물론이고 기업의 경쟁력까지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다는 상생의 경험과 함께 이를 통해 축적된 사회적 자본을 가지고 있다. 아울러 직업교육을 통한 기능과 기술을 공공재(public goods)로 인식함으로써 기능인과 기술인을 존중하는 기업문화와 역사적 전통이 뿌리내리고 있다.

특히 마이스터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돼 있는 독일의 경우 자동차, 금속, 기계, 유리, 목재 등의 분야뿐 아니라 맥주, 소시지, 악기, 꽃꽂이 등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직종의 마이스터들이 그 분야 최고의 실력자로 활약하고 있다. 이들은 사회적 존경과 더불어 경제적인 안정까지 누리고 있다. 기업 내에서는 승진이 보장되고 창업을 할 경우 정부에서 창업자금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혜택이 따르고, 후계자를 양성할 수 있는 권한 또한 갖고 있다. 박사학위가 부럽지 않은 것이다.

우리나라 마이스터고의 경우 시행 초기인 탓에 현재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데 비해 형식적인 학교 시스템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취업 기회 보장 외에 아직 갖추어져 있는 것은 거의 없다. 따라서 한국적 상황에 부합되는 직업교육 체제와 마이스터 자격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우수한 마이스터고 학생들이 취업 후 해당 분야의 기술 명장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진로 경로와 경력 개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기업과 국가의 의지와 노력이 절실하다.

사회가 다양해지면서 그동안 ‘대학 진학’이라는 진로 목표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미래를 개척하고자 하는 청소년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들에게 마이스터고는 매력적인 곳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수의 직업만큼 다양한 방향과 생애 목표가 있으며, 이를 달성해 가는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성취는 그 어떤 것이든 가치가 있다는 국민적 인식의 전환이다. 이러한 노력이 선행되지 않으면 1970년대 우수한 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던 금오공고와 국립공업고의 전철을 마이스터고 졸업생이 다시 밟게 될 것이며, 독일 같은 기술입국을 통한 국가 선진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병욱 충남대 사범대 교수
#기고#이병욱#마이스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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