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후 원전·火電 잇단 사고, 관리 책임도 물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17일 03시 00분


9일 정전 사고가 발생한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는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국내 최고(最古) 원전이다. 설계수명 30년이 끝난 2007년 수명을 10년 연장했다. 오래 가동하다 보니 지금까지 120여 건의 사고가 일어났다. 고리 1호기의 주요 기기를 교체했다고는 하지만 수십만 개의 원전 부품을 모두 새것으로 바꿔 쓸 수는 없다. 이번 사고 때 작동하지 않은 디젤 비상발전기도 1978년 설치됐다.

오는 11월 설계수명 30년을 앞두고 가동 연장 심사 중인 월성원전 1호기도 올해 1월 냉각재 펌프 이상으로 원자로가 멈췄다. 그제 큰불이 난 보령화력발전소 1·2호기 역시 1984년 준공된 노후 시설이다. 장기 운전으로 설비가 낡아 2010년 보일러 터빈 발전기 등의 성능 개선 공사를 했으나 불안감이 커졌다. 이번 화재의 원인은 전기 합선으로 추정된다. 합선은 전선이 낡아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오래된 발전소를 다 위험하다고 볼 순 없지만 설비가 낡을수록 고장률은 높아진다. 자동차도 오래 타면 정비를 자주 받아야 한다. 하물며 작은 고장이 대형 재해(災害)와 직결될 수 있는 노후 원전이나 화력발전소라면 관리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한국에서 수명을 넘긴 원전을 재가동해본 사례는 고리 1호기뿐이다. 미국이 1980년대 이후 16기의 원전을 연장 가동하며 노하우를 축적한 것과 대비된다.

원전의 성공 운용을 위한 3대 조건은 기술력, 입지여건, 투명성이다. 한국은 원전 가동률과 안전규제 시스템이 세계 최고 수준일 만큼 기술력이 뛰어나다. 원전 부근에서 대규모 지진이나 해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아 입지여건도 좋다. 하지만 투명성은 낙제점이다. 원전 운용의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끊임없이 검증해야 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매뉴얼에 따라 조치한 뒤 전문가의 폭넓은 의견을 들어 원인을 밝혀내야 한다. 은폐와 거짓말로 일관한 이번 사고 수습 과정은 참으로 실망스럽다.

원전 관리인력의 근무기강은 안전의 기본이다. 관리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정기점검 범위를 확대하고 가동 연장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원전 1기의 건설비용은 최소 3조 원에 이른다. 안정적 전력 공급과 경제성을 위해 기존 원전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안전성 확보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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