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서성록]한류 열기, 순수예술 분야까지 넓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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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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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록 안동대 미술학과 교수
서성록 안동대 미술학과 교수
지구 곳곳이 한류 열풍으로 뜨겁다. 케이팝(K-pop·한국대중가요)을 위시해 영화 드라마 음식까지. 하지만 이런 현상은 대중문화에 국한된 만큼 순수예술 종사자들에게는 화중지병(畵中之餠)으로 간주돼 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세계와 함께하는 대한민국 문화예술의 발전 전략’을 발표했는데 내용을 살펴보니 대중문화에 치중됐던 한류를 순수예술의 각 방면으로까지 넓히려는 계획이 담겨 있다. 국제적인 문화현상인 ‘한류’에 발맞춰 순수예술에까지 그 열기를 점화하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문화예술의 발전전략에 담긴 추진 방향은 글로벌 작가 육성과 온라인 가상미술관 구축 그리고 한국 현대미술 소개 등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여기에는 해외 뮤지엄의 한국실 설립 등 굵직한 내용이 있지만 동시대 미술과 관련한 것만 보면 백남준 이우환 강익중 같은 제2의 글로벌 작가를 발굴하기 위한 ‘큐레이터 육성 방안’이 있다. 큐레이터는 국내 작가를 해외 무대로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기에 더 없이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유능한 인재가 턱없이 부족하다. 문화부는 명망 있는 기획자나 큐레이터를 초청해 현장 방문 프로그램과 콘퍼런스를 통해 노하우를 전수받을 예정이다. 국내 큐레이터를 뉴욕과 홍콩 등 큐레이터 대상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합류시키는 방안도 검토한다고 한다.

얼마 전 오픈한 ‘온라인 가상미술관’은 짭짤한 효과를 보고 있다. ‘코리아 아티스트 프로젝트’로 불리는 온라인 가상미술관에서 작가 21명의 작품이 전시 중이다. 이는 세계 어디에서든 한국 작가들을 손쉽게 만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세계 미술관과 관계자들에게 한국 작가들의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한국 미술의 플랫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데 앞으로 전시 작가가 70명으로 늘어나면 파급력이 더 커질 것이다. 미국 미술평론가 조너선 굿맨은 이 새로운 정보 전달에 호감을 나타내며 몇몇 관심 있는 작가들을 뉴욕 화단에 소개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수준 높은 ‘영문 미술서적의 발간사업’도 주목할 만하다. 여기에는 현역 작가 100명을 소개하는 영문 책자와 e북, 정기간행물을 발간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이 사업을 통해 한국 미술을 전 세계에 알리고, 넓게는 한국 예술의 저력을 보여주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 미술의 해외 진출과 교류는 당연히 지속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 문화부의 발표는 긍정적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자체 기획 전람회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미술에서 가장 효과적인 소통 방식은 전시회를 통해 세계인들과 직접 만나는 일이다.

정부는 어떤 행사를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띄엄띄엄 개별 행사를 지원하는 차원에 머무는 감이 없지 않다. 간단한 ‘편의식’이 편할 때도 있지만 가끔씩 잘 차려진 ‘정식’이 필요할 때가 있다. 한 예로 일본의 경우 1994년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스크림 어게인스트 스카이’라는 전시를 열어 일본 미술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인 바 있다.

필자는 이 시점이야말로 ‘해외 진출의 적기’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구체적인 실현 방안인데 선진국의 미술관이 2, 3년 전에 계획을 잡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긴 호흡을 가지고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번 문화예술 발전 전략을 계기로 한국 미술이 쾌주(快走)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서성록 안동대 미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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