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낙천 은퇴’ 강봉균 민주당 의원 쓴소리에 眞實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16일 03시 00분


민주통합당의 대표적 경제통인 강봉균 의원이 그제 민주당 탈당과 정계 은퇴를 선언하며 “여야가 퍼주기 복지경쟁을 하면서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정치권에 직격탄을 날렸다. 강 의원은 “정치권이 정권을 잡는 데만 혈안이 돼 국민경제를 위협하는 공약들을 쏟아낸다”며 “그런데도 (무상복지) 바람이 부니까 아무도 바른 소리를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가 살아온 이력을 보면 낙천 분풀이 발언이라고 폄훼하기 어려운 진실(眞實)을 담고 있다. 강 의원은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과 재정경제부 장관을 하면서 외환위기 극복에 기여했고 16대부터 3선을 하는 동안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저기 듬뿍듬뿍 퍼주는 포퓰리즘 정책을 하면 (얼마 안 가) 나라의 곳간이 텅 빌 것”이라는 강 의원의 경고는 나라살림을 책임져본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무효화 등 대외 개방에 대해 폐쇄적으로 가면 한국경제의 앞날이 걱정된다”고 민주당에 쓴소리를 했다. 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는 강 의원의 이런 정체성을 문제 삼아 낙천시켰다. 나라가 어디로 흘러갈지 걱정스럽다.

민주당은 친노(친노무현) 강경세력이 주류를 장악하면서 합리적인 사람들이 설 자리를 잃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경제부총리 교육부총리 등 요직을 지낸 김진표 원내대표도 공천심사위의 정체성 시비에 걸려 낙천 위기에 몰렸다가 겨우 살아났다. 그 과정에서 김 원내대표는 강경파들의 비위를 맞추는 듯한 언행을 해 구차한 ‘정체성 세탁’이라는 말을 들었다.

경제 양극화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을 위한 복지 확충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재정이 한정돼 있는 만큼 모두가 똑같이 나눠 갖는 보편적 무상복지보다는 어려운 사람들의 기본적 생존권부터 보호해주는 일이 우선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4년간 164조 원을 국채 발행이나 세금 신설 없이 퍼주겠다는 무책임한 공약을 내지르고 있다.

2006년 당시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이던 강 의원은 “분배니 뭐니 거대담론은 헛소리”라며 대기업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등 경제 활성화 정책을 주장했다가 친노 세력에 비토당한 바 있다. 동아일보는 2007년 1월 6일 사설에서 “강 의원 같은 사람들이 정부 여당의 주류였다면 지금처럼 국민의 지지가 한 자릿수까지 떨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금 민주당은 그때와 비슷한 상황을 자초하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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