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김소영]한국의 미래는 어둡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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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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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1년 전 경제 전망 관련 회의에 참석했을 때 외국 소재 국제기관이 세계 각국의 2050년 경제 전망을 발표했다. 놀랍게도 한국의 1인당 소득이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보다 더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대부분의 외국인 참석자는 그런 전망이 가능하다고 받아들였음에 반해 거의 모든 한국인 참석자는 그런 전망을 믿기 어렵다는 의견을 끊임없이 제기한 것이다.

한국의 경제 사회 정치 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한국인이 상당수인 것 같다. 실제로 한국은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으나 부정적인 생각은 상당 부분 한국인들이 한국을 아주 잘 알고 있는 반면 외국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비롯될 수 있다. 수십 년 전부터 우리는 교육 시스템의 문제를 걱정해 왔다. 때로는 입시 위주의 교육을 걱정했고, 때로는 주입식 교육을 걱정했고, 지나치게 어려운 교육도, 지나치게 평준화된 교육도 걱정했다. 최근에는 미국 교육에 동경을 가지고 한국을 탈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가 동경하는 자국 교육을 비판하며, 연일 한국 교육에 대한 찬사를 보내고 있다. 한국인과 마찬가지로 미국인은 미국을 아주 잘 아는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경제 펀더멘털, 이전과 달리 탄탄


우리는 한국인을 폄하하는 특성을 나타내는 다양한 용어를 쓰고 있다. 냄비 근성, 코리안 타임, 당파 싸움…. 하지만 이런 특성은 한국인의 특성이라기보다는 인간의 특성이라고 볼 수 있고,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세계 많은 국가의 국민에게 적용되는 특성일 수 있다. 이러한 특성에 반하는 외국의 한두 사례를 전해 듣고 “외국에서는 어떻더라”고 말하며 한국인 자신을 폄하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그런 사례들은 외국의 일반적인 특성이 아닐 수 있으며 그에 반하는 한국의 사례들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외국을 잠깐 방문하거나 외국에서 몇 년 체류하며 얻은 경험들로 외국 사회와 외국인에 대한 찬사와 함께 한국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외국 사람들이 얼마나 친절한지, 법률을 잘 준수하는지, 공평하게 대하는지. 하지만 그 사람들이 외국의 사회를 제대로 알 만큼 그 사회에 깊이 관여한 적이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 경제에 대해서도 걱정이 많다. 외환위기 이후 성장률이 하락했는데 중진국 함정에 빠져 경제 성장이 정체되거나 일본과 같은 장기 불황에 빠지는 것은 아닌지? 모든 경제에는 한계생산체감의 법칙이 적용되며 기술 진보의 속도가 역사상 유례없이 빠르지 않는 한 지속적인 고성장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고성장 후 나타나는 성장률 하락은 모든 선진국이 경험한 역사적 사실로, 그러한 성장률 하락이 한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한국 경제의 기술 진보 속도를 고려할 때 한국 경제의 성장이 조만간 멈추고 장기 정체로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최근의 미국, 유럽의 재정위기가 한국 경제를 그에 못지않은 위기 상황으로 모는 것은 아닌지? 올해 초 경제 상황과 무역수지가 악화됐고 유가가 급등했고 올해 경제 전망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과 준비 상황은 이전의 위기 때에 비해 훨씬 나아졌다. 이전 위기 때와 달리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고, 기업의 부채비율이 대폭 줄어드는 등 기업 건전성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고, 단기외채 대비 외환보유액 비율도 상당히 낮아졌다. 또한 각종 건전성 조치를 통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상당히 감소된 상태다. 물론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경제 상황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외부 경제 상황에 따라 단기적으로 침체 국면을 경험할 가능성이 있으나 최소한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과거에 비해 한국 경제의 불안정성이 감소됐기 때문에 이전과 같은 심각한 위기를 맞을 가능성은 훨씬 줄어든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만에 하나 불행히도 위기 상황을 또 겪게 되더라도 이전의 위기에서도 그랬듯이 한국 경제는 상대적으로 빨리 회복할 가능성이 크다.

성장 멈추고 장기침체 가능성 낮아


한국은 이미 선진국을 모방하는 단계를 넘어서 세계를 주도하는 산업들을 발전시키고 있다. 한국은 이미 수출 규모 세계 7위, 정보기술(IT) 경쟁력 세계 3위, 기업환경 세계 8위, 국가브랜드 세계 18위, 세계 9대 무역국, 경제규모 세계 15위 등 다양한 타이틀을 획득했다. 많은 개발도상국이 한국의 경제 성장 과정을 배우려 하고 있다. 2011년 세계은행이 발간한 세계개발전망(Global Development Horizon) 보고서는 2025년에는 한국을 포함한 주요 신흥국이 세계 경제 성장의 중요한 축을 담당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국의 미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밝은 것 같다. 외국에 대한 동경심으로 한국 탈출을 위해 고민하기보다는 지속적이고 견고한 성장을 위해 한국의 미래에 힘을 보태야 할 때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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