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박용]기업 경영의 韓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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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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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 산업부 기자
박용 산업부 기자
“한국의 교수나 기업 경영자는 한국 기업이 아직 멀었다고 얘기합니다. 서구 기업을 더 배워야 한다는 겁니다. 제 생각은 달라요. 이제는 외국인들이 배워야 할 때입니다. 한국 기업은 50년간 성공적으로 성장했어요. 그런데도 한국 기업을 배우자는 얘기가 없습니다.”

고려대 경영대에서 8년째 국제경영을 강의하는 독일 출신 마르틴 헤메르트 교수(47)는 최근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식 경영’에 대한 홀대를 아쉬워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 기업에는 투명성과 전문성이 떨어지고 무모한 사업 다각화를 하는 나쁜 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는데, 이런 부정적 인식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가 올해 7월 한국식 경영을 소개하는 ‘타이거 매니지먼트(호랑이 경영)’라는 제목의 경영 서적을 해외에서 출판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외국인 교수가 ‘한국식 경영’의 전도사로 나섰다는 게 뜻밖이었다.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가 완벽하진 않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해 많은 발전이 있었습니다. 사외이사 제도는 한국에서는 법제화됐지만 일본에는 논의가 시작되는 단계입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관계도 그렇게 엉망은 아닙니다. 최근 한국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구매자인 대기업에 대한 인식이 별로 부정적이지 않아 무척 놀랐습니다. 한국인들은 한국 기업을 자랑스러워할 만합니다.”
헤메르트 교수는 한국 기업에 대한 비판이 지나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배구조와 동반성장, 노사관계가 완벽하진 않지만 한국식 경영을 폐기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다는 얘기였다.

한국 사회는 우리 경제와 기업에 대한 평가가 인색한 편이다. 당리당략이나 정파적, 이념적 이해(利害)에 따른 소모적 논란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현 정부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얼마 전 “바깥에선 한국 경제의 성공을 말하지만 우리는 실패를 말하고 있다. 스스로 너무 비하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아쉬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기업은 그 자체가 국가 경쟁력이고 국가 브랜드다. 2000년 포천 선정 글로벌 500대 기업 순위에서 삼성전자는 92위, 현대자동차는 149위, 포스코는 422위였다. 지난해 발표에서는 삼성전자가 22위, 현대자동차가 55위, 포스코가 161위로 껑충 뛰었다. 2010년에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본사 임원들이 경제위기를 빠르게 극복한 한국을 배우기 위해 삼성 등 국내 기업을 방문하기도 했다.

한국식 경영을 알리는 ‘경영의 한류(韓流)’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국가 브랜드를 끌어올리는 힘이다. 핀란드 휴대전화 회사인 노키아는 과거 일본 브랜드로 오해를 받았을 때 이를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았다. 브랜드에 국가 이미지가 투영되는 ‘원산지 효과(country of origin effect)’를 고려한 전략이었다. 1980년대 이후 일본 기업과 학자들이 해외에 전파한 일본식 경영과 국가 브랜드의 힘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많은 한국인이 해외에 나가 거리에서 한국 기업의 광고와 한국산 승용차, 전자제품을 보고 뿌듯해한 경험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그 자리에 서기까지 얼마나 땀을 흘렸고,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이해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성과에 대한 평가가 있어야 비판도 건강해진다. 한류가 문화예술 분야에만 있으라는 법도 없다. 잘 다듬어진 한국식 경영을 수출하는 시대가 올 때가 됐다.

박용 산업부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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