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숭례문, 4년 1개월 만의 상량을 보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9일 03시 00분


2008년 2월 어처구니없는 방화로 상당 부분 소실된 서울 숭례문의 복구 현장에서 상량식(上樑式)이 어제 열렸다. 상량이란 목조 건물의 골격을 조립하는 마지막 단계로 마룻대를 올리는 작업이다. 상량식을 보려고 가림막 안으로 들어서자 빼곡한 철제 난간 사이로 단청하지 않은 새 목재, 그리고 단청이 남아 있는 기존 목재가 섞인 숭례문의 골격이 눈에 들어왔다. 불행 중 다행으로 숭례문의 석축은 살아남았고 누각 하층은 별로 타지 않았다. 불타다 남은 목재를 수습해 최대한 재활용하고, 다시 쓰기 어려운 것은 새 목재를 사용해 거의 원형대로 되살렸다. 옛 한양 도성의 정문인 숭례문이 여러 번 수리를 거치면서도 조선왕조를 대표하는 문화재의 하나로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처음 축조할 때 모습을 그대로 이어왔기 때문이다.

방화범은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하지만 정신 나간 사람의 잘못이라기엔 문화재를 소중하게 간수하지 않은 우리 사회시스템의 책임이 크다. 어제 봉안된 상량문에는 숭례문 소실이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알지 못하고, 소홀하게 방치했던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글귀가 들어갔다. 대비책을 아무리 세워놓아도 문화재 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이 높아지지 않으면 같은 화(禍)를 또 당할 수 있다.

1962년 국보 1호로 지정됐던 숭례문은 임진왜란 병자호란 6·25전쟁 등 국난을 겪으면서도 한 번도 화를 입은 적이 없었다. 우리 사회는 지금 숭례문 화재라는 엄청난 대가를 지불하고 문화재 보호와 보존의 중요성을 배우고 있다. 4년 1개월 전 우리 국민은 불타는 숭례문을 TV로 지켜보면서 절망감과 수치심에 가슴을 쳤다. 그때의 기억을 각성의 원천으로 삼아야 한다.

숭례문이 불탔을 때 일부 외국 신문도 이 사실을 사진과 함께 크게 보도했다. 이들의 시선에는 안타까움과 비아냥이 섞여 있었다. 문화재는 한 민족을 넘어 인류 전체의 문화유산이다.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다면 우리 조상뿐 아니라 온 인류에 죄를 짓는 일이다.

이번 숭례문 복구는 일제강점기 때 철거되거나 변형된 일부 성곽까지 복원하는 의미도 있다. 옛 도성의 대문은 성곽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상량을 마친 숭례문은 지붕에 기와를 얹고 단청 작업을 거쳐 올해 12월 새 모습으로 국민 품으로 돌아온다. 세계에 자랑할 만한 수준으로 심혈을 기울여 차질 없이 복원하는 것이 우리의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는 길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