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농협, 5대 금융지주와 제대로 경쟁해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3일 03시 00분


농협중앙회가 금융과 유통 부문을 지주회사 형태로 분리해 새롭게 출범했다. 1961년 도시에 있는 농업은행 지점들을 중소기업은행으로 분리 독립시켜준 후 51년 만에 이뤄진 농협 사업구조 개편에 따른 것이다.

농협은행과 생명보험 손해보험 증권사를 거느린 금융지주회사는 총자산이 240조 원에 이른다. 우리금융 하나금융(+외환은행) KB금융 신한금융에 이어 5번째며 산은금융보다 크다. 농협은행은 국내 어느 시중은행보다 많은 1200개 가까운 지점을 거느리고 있다. 농협은 프랑스에서 농협으로 출발해 두 번째 은행이 된 크레디아그리콜처럼 커가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외국인 지분이 없는 토종 금융그룹으로 수익을 농업과 농민에 돌리겠다는 것이다.

새 출발을 하는 농협은행은 서비스 품질을 획기적으로 높여 고객을 사로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로부터 5조 원을 출자받는다. 2010년 4%에 그쳤던 자기자본이익률을 10년 내 11%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경영진이 목표 달성의 책임을 져야 한다. 농협생명 손보 증권 선물 자산운용 캐피탈 등도 자생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

경제지주회사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에 맞서는 유통기업으로 ‘홀로서기’가 핵심 과제다. 지금은 조합 출하물량의 10%만 유통시키고 있는 경제지주가 앞으로 50% 이상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농민은 제값을 받고 소비자는 좋은 농산물을 싸게 사도록 유통혁명을 주도해야 한다. 그것이 농협이 협동조합으로서 본분을 다하는 길이다.

이번 구조 개편의 무풍지대인 단위조합은 전국 4500개 점포에서 210조 원의 자산을 주무른다. 이용자가 2000만 명에 이르는 단위조합은 농림수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의 감독을 받을 뿐 금융당국에는 검사권만 있다. 현행 시스템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단위조합 임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을 금융전문가로 변신시켜야 한다.

그동안 농협은 경제에서는 일반 유통업체의 대형화와 개방으로, 신용에서는 금융시장의 글로벌화와 경쟁 격화로 사업 여건이 악화하면서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내부 관리가 느슨해 ‘편한 직장’을 즐기는 조직으로는 미래가 없다. 농협은 이번 금융 유통 부문 분리를 계기로 토종금융의 강자이자 유통혁명의 주역으로 거듭나기 바란다. 지배구조도 개혁해야 한다. 역대 정권에서처럼 대통령 주변 인물들이 주인 없는 회사의 수장으로 들어앉는 일이 거듭되면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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