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판사 보호’ 의무 저버린 행위 중징계 당연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4일 03시 00분


창원지법 이정렬 부장판사가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에서 정직 6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이 부장판사는 영화 ‘부러진 화살’의 소재가 된 김명호 전 성균관대 조교수의 교수지위확인소송에서 항소심 재판부 주심을 맡았다. 그는 영화를 본 관객으로부터 비난이 쏟아지자 2007년 당시 재판부의 합의내용을 법원 내부 게시판에 공개해 대법원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법관은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지 않으면 파면되지 않으며 징계처분 없이는 정직 감봉 등 불리한 조치를 받지 않도록 헌법에 의해 신분이 보장돼 있지만 이 부장판사는 법률을 위반했다. 법원조직법은 ‘재판부 합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장 1명과 배석판사 2명으로 구성되는 합의부 재판에서 판사들의 서로 다른 의견이 법정 밖으로 흘러나갈 경우 재판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 특정 판사가 재판 당사자에게서 공격 받을 우려도 있다. 부장판사가 판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기본적 의무를 저버린 것은 중대한 잘못이다.

이 부장판사는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카새끼 짬뽕’ 등 대통령을 비하하는 내용의 패러디물을 올려 법관의 품위를 손상했다는 이유로 소속 법원장으로부터 서면경고를 받았다. 서면경고는 정식 징계처분에 이르는 절차는 아니다. 그러나 서면경고를 받았으면 알아서 자숙해야 할 텐데도 자숙은커녕 법까지 어겼으니 징계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

이 부장판사의 징계와 서기호 서울북부지법 판사의 재임용 탈락에 대해 일부 판사가 ‘보복성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부장판사는 합의 공개 당시 그로 인한 불이익을 달게 받겠다고 스스로 약속했다. 누구보다 앞장서 법을 지켜야 할 법관이 법을 어긴 만큼 이 부장판사에 대한 징계는 당연하다. 서 판사의 재임용 탈락은 판사 임용 후 10년간 각각 다른 법원장들이 평가한 근무성적을 종합해 내려진 것이다. 판사들이 대법원의 정당한 권한행사에 반발하는 것은 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더욱 추락시킬 수 있다.

대법원은 이들 판사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의 막말이나 정치편향 발언을 직접 문제 삼지는 않았다. 이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실정법을 위반하고 나서야 정식 징계절차에 착수했다. 서 판사는 근무성적만을 이유로 재임용에서 탈락됐다. 판사들의 SNS에서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도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대법원이 조속히 법관의 SNS 사용 가이드라인을 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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