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윤성이]정개특위 또 ‘빈손’으로 끝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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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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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난해 3월 출범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1년 가까이 활동했으나 논란만 무성할 뿐 아무런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선거구 획정, 완전 국민참여경선, 석패율제, 정당 대표선거 선거관리위원회 위탁, 모바일 투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선거운동 등등 쟁점사항 가운데 어느 하나 제대로 합의점을 찾은 게 없다. 총선이 두 달 남짓 남은 시점이어서 모두가 시급히 결정되어야 할 사안들이다. 특히 선거구 획정은 마감시한을 코앞에 두고 있다. 예비후보자들이 등록을 마쳤고, 각 당의 공천 작업도 이미 시작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시한을 넘겼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정개특위의 잘못된 행태가 이번뿐만 아니라 매번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탐욕, 몰염치, 이기심, 무능, 나태 등등 정치권의 행태를 형용할 수 있는 단어는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많다. 그런데 아무리 독한 말로 비난한들 욕먹는 데 이미 면역이 생길 대로 생긴 정치권인지라 그야말로 쇠귀에 경 읽기일 뿐 아무 소용이 없다.

정치권의 개과천선을 기다리기보다는 정개특위 활동을 구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욱 현명할 것이다. 무엇보다 정개특위 활동 시기가 문제다. 매번 선거를 코앞에 두고서야 선거법 개혁을 논의하니 여야 간에 제대로 합의점을 찾을 리 만무하다. 이번만 하더라도 선거구 획정은 말할 것도 없고 석패율제도, 모바일 투표, SNS 선거운동 등 정당 간에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들을 다루어야 했으니, 짧은 시간 안에 합의점을 찾기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각 정당도 총선 승리에 사력을 다해야 하는 시기이니 정개특위 활동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 시선도 새누리당의 비상대책위원회, 야권통합 그리고 각 당의 공천위원회 구성에 쏠려 있던 터라 정개특위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조차 잘 모르고 있다. 선거법 개혁과 관련된 사안들은 적어도 선거 6개월 전에는 결정하도록 법으로 강제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정개특위 활동주체의 문제다. 선거법과 정당법 개혁 모두 정치인들이 이해당사자이다.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정당 간에, 그리고 의원 간에 유불리가 명확해지니 당사자들끼리의 합의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치의 본질적 목적이 권력 획득에 있는지라 정치인들의 탐욕과 기득권만을 탓할 문제도 아니다. 개혁안 작성뿐 아니라 결정의 상당한 권한을 국회가 아닌 국민과 전문가들에게 이양하는 것이 현실적 방안이다.

정개특위 활동 절차도 개선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소수 의원들로 구성된 특위와 소위원회가 주도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잘못된 방식이다. 밀실협상이고 야합이라는 비난을 받을 소지가 충분하다. 특위 활동을 일찌감치 시작하면서 국회의원뿐 아니라 당원과 일반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창구를 열어두어야 한다. 모바일과 SNS 기술을 투표와 선거운동에만 활용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데 활용해야 한다. 모든 회의를 인터넷으로 중계하면서 국민도 토론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정치권이 추구해야 할 국민과의 소통방식이다.

정개특위 활동을 보면 여야 할 것 없이 여전히 구태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여야 모두가 아직도 정치의 위기, 정당의 위기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사그라지지 않는 것은 기성정치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처럼 이번 총선과 대선에서도 여야 모두가 패배자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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