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상득 최시중 김효재… 대통령 측근들의 추락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31일 03시 00분


검찰 수사에서 한나라당의 2008년 7월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김효재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관련됐다는 진술이 나왔다. 김 수석이 전당대회 당시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후보의 선거캠프 상황실장으로 서울 당원협의회 간부들에게 2000만 원을 건네려 했고 고승덕 의원실에 300만 원을 보낼 것을 지시했다는 내용이다. 김 수석은 부인했지만 다수의 사건 관련자들에게서 진술이 나온 만큼 검찰 수사를 피해가기 어렵게 됐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이달 18일 돈봉투 사건에 대해 “모르는 일”이라고 말한 뒤 칩거 중이나 수석비서관과 전직 비서가 이미 조사를 받았다. 그는 정치적 법적 책임을 면하기 어렵고 문병욱 라미드그룹(전 썬앤문그룹) 회장에게서 변호사비로 받았다는 수천만 원도 의혹의 대상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박 의장과 김 수석은 ‘모른다’는 말로 사건을 덮을 수 없음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은 구속된 박배수 보좌관의 뇌물 비리 때문에 검찰에 소환될 처지다. 박 보좌관이 뇌물 10억여 원을 받아 비서들을 통해 돈세탁했는데 이 의원이 몰랐다는 주장을 얼마나 많은 사람이 믿겠는가. 그의 보좌관 출신이자 이 정부에서 ‘왕차관’으로 불렸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도 CNK ‘다이아 게이트’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의 멘토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도 정책보좌관의 비리 의혹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모양이 됐다. ‘양아들’로 불릴 정도로 가까운 사람을 방통위에 들인 것부터 잘못됐다. 이 의원과 최 전 위원장은 아직 비리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대통령의 형과 최측근으로서 보좌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만으로도 정치적 도의적 책임이 무겁다.

이 대통령은 임기 1년을 남겨두고 있다. 이미 적지 않은 친인척과 측근 및 참모들이 비리 혐의로 처벌받은 상황에서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이가 수사와 형사처벌 대상이 될지 모르겠다. 이 대통령은 “우리는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지금은 그 말을 주워 담아야 할 판이다.

이 정권 사람들은 노무현 정권의 실정과 부패 때문에 친노 세력이 스스로 ‘폐족(廢族)’을 자처한 걸 보고도 교훈을 얻지 못하고 같은 과오를 되풀이하고 있다. 언제쯤 대통령 측근 비리라는 말이 사라지는 날이 올 것인가. 검찰은 비리 관련자들을 지위에 구애받지 말고 철저하게 수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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