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4월 총선 선거구 획정 미적거리지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25일 03시 00분


19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70여 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국회는 아직도 ‘게임의 룰’인 선거구를 정하지 못했다. 민간 인사로 구성된 국회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지난해 11월 새로운 방안을 만들어 국회 정치개혁특위에 보고했으나 선거구 획정을 위한 여야 협상은 두 달 가까이 겉돌고 있다.

새 방안은 경기 수원 권선구, 파주 등 8개 선거구를 쪼개고 부산 남구갑·을, 전남 여수갑·을 등 5개 선거구는 합치는 내용이다. 인구가 가장 많은 선거구와 가장 적은 선거구의 최대 인구 편차를 3 대 1로 맞췄다. 지역구 인구 하한선은 10만3469명, 상한선은 세 배인 31만406명으로 정했다. 이 기준은 2001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헌재는 인구 편차가 3 대 1을 넘으면 평등선거에 위배된다고 봤다.

민주통합당은 영남에서 3석, 호남에서 1석을 줄이는 협상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자신의 강세 지역 선거구를 더 줄이자는 주장에 불만이 많다. 한나라당은 당 소속 정개특위 간사만 벌써 두 명이나 바꿨지만 아직 자체 획정안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지방 출신 국회의원들이 인구가 감소하는 지방 선거구의 감축에 반발하면서 획정 자체가 표류하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에는 선거구 획정 절차만 나와 있지 최소한 총선 며칠 전까지 선거구를 정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이에 따라 여야가 끝까지 눈치를 보다가 밀실담합으로 선거구를 조정하는 일이 연례행사가 됐다. 이번 총선부터 도입되는 재외국민선거를 위해서는 2월 11일까지 국회 부재자 신고인 명부를 작성해야 하고 선거구는 그 이전에 획정돼야 한다. 획정 지연은 현역 의원들의 눈치를 살피는 데 급급해 해당 지역 유권자와 출마자들의 혼선을 방치하는 정치적 기만행위다.

헌재는 2001년 결정문에서 ‘상당한 기간이 지나면 인구편차 2 대 1을 기준으로 위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은 1 대 1, 독일은 1.3 대 1, 프랑스는 1.5 대 1 수준이다. 만약 누군가가 10년 전 마련된 3 대 1 기준이 위헌이라며 소송을 제기하면 헌재가 이를 받아들일 수도 있다. 국회 정개특위는 헌재의 결정 취지를 살리면서도 현실적 여건을 감안하는 방향으로 획정 기준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여야가 전당대회의 돈봉투 살포를 사실상 합법화하는 정당법 개정안에는 눈 깜짝할 사이에 합의하면서도 선거구 획정을 미적거리면 정치개혁특위는 ‘정치퇴행 특위’로 낙인찍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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