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신민영]‘경제 5개년 계획’ 정신 잊지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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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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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
지난 50년을 돌이켜보면 우리 경제는 실로 ‘압축성장’을 거듭해 왔다. 척박한 전쟁의 폐허 위에 세계 10위권의 경제를 일구었고, 지난해에는 무역규모 1조 달러를 달성했다. 선진국의 문턱까지 다다를 정도로 경제성장과 사회발전을 이뤄 개도국 경제발전의 교과서가 되기도 했다. 빠른 성장의 토대가 된 것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다. 개발 모형은 정부가 중점육성산업을 선정하고 금융기관을 통해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었다. 정부 주도 하의 선택과 집중으로 단기간 내 자원 동원 극대화가 가능했다. 영세기업이 대부분이었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금융시스템이 미비한 형편에서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다. 성장전략으로는 수출 주도 산업화를 추진했다. 협소한 국내시장을 벗어나 해외 수요로 커나가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개방과 경쟁은 이를 가능하게 한 주요 덕목이었다. 수출 주도형 성장과정에서 이른바 따라잡기(catch-up) 전략이 주효했다. 공업화에 성공한 나라들의 경험을 모방해 확산시킴으로써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며 빠르게 선진경제를 추격하는 모델이었다.

성공의 이면에 그림자도 드리워졌다. 무엇보다 불균형 성장에 따른 격차 확대를 들 수 있다. 수출 부문과 내수 부문 간 격차, 지역 간 격차, 소득 격차 등 부문 간, 계층 간 양극화가 빠르게 확대됐다. 특정 부문이 먼저 성장하면 그 과실이 경제 전체로 파급된다는 낙수효과는 기대에 못 미쳐 빛이 바랬다. 계층 간 소득격차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나타나는 세계적 현상이다. 그러나 사회통합이나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에 부담이 될 정도로 경제 전반의 격차가 확대된 것이 사실이다.

경제 발전과정에서 나타난 사회 갈등요소를 완화하는 노력이 동반돼야 하겠지만 ‘5개년 계획’의 기본정신이라 할 수 있는 성장 어젠다는 환경 변화에 따라 다소간 변모되더라도 계속 추구해야 할 것이다. 먼저 성장 방법을 바꿔야 한다. 과거의 선발자 따라잡기에서 벗어나 앞으로는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가치나 새로운 가치 창출 방법을 만들어 풍요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해야 할 것이다.

성장을 뒷받침하는 정부의 산업정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인위적인 조정과 자원 배분보다는 새로이 부각되는 시장 실패를 보완하는 형태의 산업정책이 요구되고 있다. 중요한 것이 연구개발(R&D) 투자와 관련된 정부 역할이다. 산업패러다임의 급격한 변화로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정보기술(IT)산업 등 주요 산업에서 기술혁신과 지식의 이득이 개발자에게만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R&D 투자의 외부효과가 커지고 있다. R&D를 중심으로 한 산업정책은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높임과 동시에 양질의 일자리를 다수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이다.

사회적 자본을 늘리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노동과 자본 등 생산요소의 양적 증가가 과거처럼 수월하지 않다. 상호간의 신뢰를 핵심요소로 하는 사회적 자본은 거래비용을 낮추는 등 경제 전반의 고비용구조를 완화하고 갈등을 낮춰 성장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아울러 사회갈등 완화와 국민의 행복 증진을 위해 복지 확충 등을 통한 사회안전망 강화도 중요하다. 늘어난 복지가 사회 구성원들에게 ‘안주할 수 있는 여건’으로서만이 아니라 ‘실패할 수 있는 기회’로도 연결돼야 할 것이다. 이때 복지는 비용이라기보다는 투자이며 소비적이기보다는 생산적이다. 경제적 효율성을 증가시키기 위한 개방과 경쟁은 이어나가야 한다. 물론 앞으로의 경쟁은 죽기 아니면 살기 식의 머리 받기가 아니라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지고 패자 부활이 가능한 ‘따뜻한 경쟁’이어야 할 것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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