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오승렬]한중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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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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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렬 한국외국어대 중국학부 교수
오승렬 한국외국어대 중국학부 교수
이명박 대통령이 오늘부터 3일 동안 중국을 방문한다. 2008년 5월 방문에서 한중 관계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킨 후 이뤄지는 두 번째 국빈 방문이다. ‘전략적’이란 상호 관계뿐 아니라 국제적 현안에 대해 양국이 협력한다는 의미였으나 사실은 동상이몽에 불과했다. 중국은 한미동맹을 희석시키려 했고, 한국은 북한 문제를 풀기 위한 중국의 협조를 기대했을 뿐이다.

김정일 사후 北정세 공감대 마련을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김정일 사후의 북한 정세 논의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 선언에 더해 포괄적 영역에서의 협력 강화 원칙에 합의할 것이다. 그러나 2010년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의 북한 감싸기와 중국어선 불법 조업 단속 해경 피살과 관련해 중국의 태도 변화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번에는 한국과 중국이 전략적으로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성숙한 동반자 관계의 출발을 기대한다.

무엇보다 김정일 사후 북한 정세에 대한 건설적 공감대를 마련해야 한다. 김정일 사후 한국과 중국 정부는 모두 북한 안정화를 희망한다고 했으나 의미는 다르다. 한국은 북한의 조기 안정으로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해 보자는 입장이고, 중국은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가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한 현재의 북-중 관계가 좋다는 것이다. 진정한 북한의 안정을 위한 필요조건은 핵문제의 해결과 북한 경제 및 인권의 개선이다. 한중 정상의 만남에서는 북한의 ‘현상 유지적 안정’뿐만 아니라 ‘바람직한 변화’를 위한 방법과 북한의 미래에 관한 생각이 통해야 한다. 한국과 중국이 각자 근시적 이해타산에서 ‘안정’만 강조한다면 ‘전략적 협력’은 구두선일 뿐이다.

다음은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있는 FTA의 틀을 마련하는 것이다. 한국은 농업 등 ‘민감 부문’의 정치적 파장을 우려하며, 중국은 중국을 구심점으로 하는 동아시아 FTA 네트워크 구축 차원에서 일단 판을 벌이자는 입장이다. 양자 담판에서 절대 유리한 중국의 협상력을 염두에 둔 것이다. 농업이 한국의 아킬레스건임을 잘 아는 중국은 이를 적당히 수용하는 대신 협상 과정을 중국이 주도하고, 위안화의 국제화를 포함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집요하게 추구할 것이다. 한중 정상은 FTA와 관련해 영합(零合)게임을 정합(正合)게임으로 돌려놓기 바란다. 한국은 피해의식에서 벗어나 중국에 대한 적극적 농업 투자로 한국 농업의 활로를 개척하고, 중국은 양파 껍질처럼 다층적인 중국 시장 구조를 투명하게 개선하는 노력을 영향력 확대보다 앞세워야 한다.

‘안정’뿐만아니라 ‘변화’이끌어내야

한국과 중국 간에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다. 한국은 북-중 관계를, 중국은 한미 관계를 의심한다. 중국 어선 불법조업 문제부터 서해안의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까지 사태 악화는 상호 의심에 기인한다. 한국과 중국 누리꾼의 감정 충돌은 바로 정부 간의 불신과 비협조 공간에서 자라났다. 중국 문명의 탄생에서 좌절, 그리고 최근의 주요 2개국(G2) 굴기 과정을 간단없이 지켜봤던 한민족이다. 나당연합군부터 6·25전쟁의 북-중동맹까지 중국은 한반도의 통일과 분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제 중국의 국력은 북한 상황의 개선과 통일에 기여할 수 있을 만큼 자랐다. ‘순망치한’이라는 안보 콤플렉스에서 벗어날 때다. 한반도 통일은 해양과 대륙 경제를 연결함으로써 중국의 발전과 안정을 보장할 것이며, 한자문명과 한글문명의 조화와 협력은 동아시아의 미래를 풀어가는 열쇠다. 한중수교 20주년이 되는 해 벽두에 한중 정상의 만남이 상호 불신을 화려한 말잔치로 덮는 의례적 행사에 그치지 않고, 동아시아의 새로운 미래를 위한 이정표를 세울 수 있기 바란다.

오승렬 한국외국어대 중국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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