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강정민]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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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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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민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초빙교수
강정민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초빙교수
2011년 8월 19일 서울에서 ‘사용후핵연료 관리 대안 및 로드맵’에 대한 원자력 전문가 공청회가 개최됐다. 한국원자력학회컨소시엄은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 확보를 위한 공론화가 시급함을 주장하며 사용후핵연료 관리를 위한 기술적 대안들을 제시했다.

지금까지 국내 원자력계는 국내 원자력발전소 용지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용량이 2016년이면 포화상태가 된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 조밀 저장 및 용지 내 이송 저장 등 다른 조치를 취할 경우 2024년까지 포화상태를 늦출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하지만 중간저장시설 도입 시기 등을 고려할 경우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 문제 해결의 시급성은 줄어들었다고 볼 수 없다.

원자력 발전을 위해 타고 남은 사용후핵연료는 핵분열로 발생한 핵분열 생성물에 의해 원자로에서 방출된 이후에도 오랜 기간 뜨거운 열을 방출하고 방사능 독성도 강하므로 40∼50년 넘게 지상에서 안전하게 보관하고, 수만 년간 자연생태계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처리해야 한다. 그래서 미래에 사용후핵연료를 재활용할 때는 재활용 후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을, 그리고 직접 처분할 경우는 사용후핵연료 그 자체를 안전한 금속통에 넣어 지하 500m 아래의 깊은 땅속에 파묻어야 한다.

사용후핵연료의 안전관리 문제는 아직도 사고가 수습되지 않고 있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전 세계 원자력계의 주요 관심사가 됐다. 후쿠시마 원전 수조에 저장 중인 사용후핵연료의 안전문제 때문이다. 최근 일단의 미국 원자력 전문가들은 원자력발전소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의 안전을 보강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미 의회는 수조 속에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를 일정 기간 냉각 후 조속히 금속저장조로 옮겨 저장할 것을 원자력규제위원회에 요구했다.

이처럼 엄격한 관리를 필요로 하는 사용후핵연료의 국가적 차원의 대책 마련을 위해 다음과 같이 제언한다. 첫째, 사용후핵연료를 재활용하든 직접 처분하든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깊은 땅속 처분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해 사용후핵연료의 근본 해결방안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중장기 로드맵을 세워야 한다. 둘째, 사용후핵연료를 재활용하든 직접 처분하든 그때까지는 중간저장을 할 수밖에 없으므로 독립 용지의 집중식이든 원전 용지 내 분산 저장식이든 중간저장시설 마련을 위한 대책을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주민의 이해와 협력이 필요하다. 셋째,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이 영구 저장이 아닌 중간저장임을 보장하고 사용후핵연료의 근본적인 해결방안 마련을 위한 국민과의 약속을 준수하기 위해 사용후핵연료 관리를 법제화해야 한다. 이를 위한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넷째, 사용후핵연료 최종 처분을 위한 지질학적 처분 연구와 더불어 처분장의 부담 경감을 위해 필요한 연구, 예를 들어 파일로프로세싱과 고속 소멸처리 원자로 같은 첨단 연구개발은 국가적 차원에서 지속해야 한다. 사용후핵연료라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의 근본 해결책은 이런 연구개발의 성패에 달려 있다.

사용후핵연료의 안전관리를 위한 포괄적이고 투명한 국가 장기대책 수립을 위해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에 착수하고 국회, 원자력계, 지역 주민, 시민환경단체 등 모든 이해집단이 이 문제 해결에 적극 참여할 것을 촉구한다.

강정민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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