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노지현]계란-액젓 날아다닌 낯뜨거운 의사協 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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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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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현 교육복지부 기자
노지현 교육복지부 기자
1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 동아홀에서 열린 대의원 임시총회에서는 계란과 멸치액젓이 날아다녔다. 노환규 전국의사총연합(전의총) 대표는 축사를 하기 위해 단상에 오른 경만호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에게 거세게 항의하며 “의협은 물러나라”고 외쳤다. 전의총 회원들은 ‘의사를 팔아넘긴 노회한 의협 물러나라’ ‘경만호 OUT’이라고 쓴 피켓을 흔들었다.

이날 총회는 내년 4월 출범하는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쓸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이 기구가 출범하려면 의사들이 돈을 걷어 공제조합을 만들어야 한다. 의사들마다 생각하는 바가 달라 구체적인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그런데 정작 이 사안은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토요일 오후에도 의사들이 진료를 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날 임시총회에 200여 명의 의사가 모였다는 사실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들의 관심은 최근 시행이 확정된 선택의원제에 쏠려 있었다.

보건복지부가 내년 4월부터 시행하는 선택의원제는 고혈압이나 당뇨 환자가 한 의원을 지속적으로 다니면 진료비를 낮춰주는 제도다. 복지부는 현재 의사와의 대화채널인 의협과 이 사안을 논의했다. 복지부는 정부가 제시하는 진료기준을 잘 따르는 의원에게 인센티브를 줄 방침이다.

바로 이 점이 ‘젊은 의사’들은 못마땅한 것이다. 이날 임시총회를 지켜본 김일호 대한전공의협회장은 “기득권을 가진 선배 의사들이 선택의원제를 진입장벽으로 악용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의협에서 의사 결정을 하는 대의원은 총 247명이지만 20, 30대 대표에 할당된 자리는 6석이다. 젊은 의사들은 이것부터가 못마땅하다.

젊은 의사들은 “의협 집행부가 다수의 의사들에게서 여론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복지부와 협의했다”며 제도의 무효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의협 측은 “복지부로부터 많은 양보를 얻어냈으며 우리는 할 만큼 했다”고 맞섰다.

이들의 싸움을 지켜보는 국민의 시각은 곱지 않다. 그들의 주장에 진정 ‘국민’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30년의 진통 끝에 출범한다. 의료사고 피해자에게는 꼭 필요하다는 것을 의사들도 알 것이다. 의사의 협조가 없으면 제도의 시행이 불투명해질 수도 있다.

서로의 이해가 달라 ‘선배 의사’와 ‘후배 의사’들이 논쟁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이 늘 말해왔던 대로 ‘국민의 건강권’이 전제가 돼야 한다. 의사의 권위는 스스로 세우는 게 아니라 환자가 인정하는 것이다.

노지현 교육복지부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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